제주에서 발생한 전 남편 살해사건을 수사해 온 경찰이 이번 사건을 피의자 고유정(36)의 단독범행으로 결론내렸다.

제주동부경찰서는 11일 그간의 수사경과에 대한 브리핑을 갖고 이같이 밝혔다. 경찰은 피의자 고유정을 살인 및 사체손괴·유기·은닉 등의 혐의로 12일 검찰에 송치할 예정이다.

고유정은 지난달 25일 오후 8시~9시16분 사이 제주시 소재 한 펜션에서 전 남편 A씨(36)를 흉기로 찔러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은 고유정이 같은달 17일 충북에 있는 병원에서 수면제 성분이 들어있는 졸피뎀을 처방받은 사실을 확인했다.

신장 160㎝에 체중 50㎏ 정도로 왜소한 체격의 고유정이 180㎝, 80㎏ 상당의 건장한 체격을 지닌 A씨를 제압하기 물리적으로 쉽지 않았을 것이란 관측이 대체적이었다.

피해자 혈흔을 국립과학수사원이 1차 약독물 검사한 결과 검출된 약물이 없었으나 2차 검사에서 수면제의 일종인 졸피뎀이 검출됐다.

경찰은 고유정이 A씨에게 수면제를 먹여 정신이 몽롱한 틈에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보고 있다.

휴대전화 사용내역과 CCTV에 포착된 시신 유기 과정에 동행인이 없었던 점 등으로 미루어 봤을 때 공범이 없는 고유정의 단독범행이라고 경찰은 밝혔다.

고유정은 전 남편 살해 후 이틀 뒤인 5월27일까지 시신을 훼손한 후 다음날 28일 저녁 완도행 여객선을 타고 이동하면서 시신 일부를 유기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기도 김포 소재 가족 명의 아파트로 시신을 옮겨 2차 훼손한 후 종량제 봉투에 담아 쓰레기분리수거장에 유기한 혐의도 있다.

◇경찰 "범행동기 가정사, 사이코패스 아냐"
고유정은 "전 남편 A씨(36)가 성폭행하려고 해 우발적으로 범행을 저질렀다"며 정당방위였다는 취지의 진술을 해왔다.

경찰은 수사 초기단계부터 고유정의 이같은 주장이 논리적으로 맞지않은 허위 진술로 판단했다.

범행 전 유기수법 등을 검색하고 흉기는 물론 시신을 은폐하고 유기하려는 용도의 도구를 구입한 점 등 대부분의 증거가 계획범행을 가리키고 있기 때문이다.

의문에 쌓였던 범행동기와 관련해 경찰은 복잡한 가정사 문제로 결론내렸다.

재혼해서 완벽한 가정을 꿈꾸고 있던 고유정이 전 남편과 아들의 면접교섭권이 인정되면서 현재 결혼생활에 방해가 될 것으로 여겨 범행을 저질렀다는 설명이다.

고씨와 A씨는 이혼한 후에도 둘 사이에 낳은 아들의 양육문제를 둘러싸고 사이가 좋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양육권이 있는 고씨가 A씨와 아들의 만남을 막자 A씨가 법원에 면접교섭 재판을 신청해 2년만에 만나기로 한 날이 바로 범행 당일인 5월25일이었다.

경찰은 고유정의 정신질환 전력은 확인되지 않았으며 조사과정에서 별다른 이상 징후는 없었다고 전했다.

경찰 관계자는 "사이코패스는 감정이입이 전혀없는데 고유정은 가족관계를 유지하려고 한 점을 보면 사이코패스는 아닌 것으로 보이고 범죄수법이 잔인하다고해서 사이코패스라고 할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다만 고유정을 조사한 프로파일러는 고유정에게서 성격장애 증상이 일부 관찰됐고 이 부분은 전문의의 진단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향후 고유정의 정신 감정을 의뢰할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현재 경찰은 인천 재활용업체에서 피해자 유해로 추정되는 뼛조각을, 펜션과 김포 아파트 등에서는 머리카락을 발견해 조사 중이다.

경찰은 12일 고유정을 검찰에 송치한 이후에도 증거 보강 등 수사를 이어갈 계획이다.

김동철 동부경찰서 형사과장은 "검찰 송치 이후에도 피해자 시신발견을 위한 노력을 계속해 피해자와 유족의 억울함을 풀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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