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희룡 제주도지사가 '평택항 쓰레기는 제주산' 언급에 대한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사과문에 대해 "유체이탈 화법"이라며 작심 비판했다.

원 지사는 13일 자신의 유튜브 계정 '원더풀TV'에서 '이재명 지사님, 사과에 웬 훈장질?!'이라는 제목의 영상을 통해 "제주도민의 자존심은 '정중하게 사과드린다'는 SNS 글 한 줄로 회복되지 않는다"며 이 같은 입장을 밝혔다.

원 지사는 "이 지사가 지난 3월 아무런 근거 없이 SNS에 올린 글로 인해 제주도민들은 졸지에 범죄자 누명을 써야 했고, 제주도 공무원들은 시쳇말로 '뻘짓'을 해야 했다"며 "정말 경솔하고 가벼운, 야박함을 넘어 잔인한 언사였다"고 운을 뗐다.

원 지사는 이어 이 지사의 이번 사과문에 대해 "이른바 사과문"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이 지사의 사과문 내용 중 '결론적으로 제주도 폐기물이라는 방송보도를 사실로 확인할 수 없었다'는 부분에 대해 "증거가 없어 할 수 없이 무혐의라는 뉘앙스가 풍긴다"며 "제주도민을 범죄자로 몰고 간 것은 이 지사 본인"이라고 비판했다.

또 사과문 내용 중 '이 일을 계기로 쓰레기를 줄이기 위한 실천에 함께 하는 분들이 많아지면 좋겠다'는 부분에 대해 "사과의 뒷부분을 훈계로 이어간 데 대해 '유체이탈 화법' 아니면 '사과하면서 웬 훈장질이냐'라고 묻고 싶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원 지사는 "공격할 때는 무차별적으로 흠씬 두들겨 패놓고 사과할 때는 찔끔 한 마디 하는 게 균형이 맞는 것이냐"며 "가슴 아픈 것은 이 지사의 입놀림으로 마음의 상처를 입은 제주도민들이 다시 한 번 상처를 입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원 지사는 이 지사에게 "다시금 느끼는 점이 있다면 애매하게 표현하면서 생색내지 말고 제주도민의 명예를 회복시켜 달라"며 "그러고 난 뒤 청정 대한민국을 위해 손잡고 협력해 나가자"고 당부했다.

한편 최근 환경부와 경기도, 평택시 합동 조사 결과 평택항 내 폐기물 약 4666톤(컨테이너 195개)은 지난해 11월 수출이 보류된 폐기물 1272톤, 필리핀으로 불법 수출됐다가 지난해 12월과 올해 2월 각각 평택항으로 돌아온 폐기물 3394톤이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그동안 경기도는 제주도와 제주시에 보낸 항의 공문(4월20일·26일)과 보도자료(4월28일) 등을 통해 평택항 내 폐기물 처리에 대한 행정대집행 비용을 제주도에 청구하겠다는 입장을 밝혀 왔다. 해당 폐기물이 제주산임을 기정사실화한 것이다.

이재명 경기도지사도 지난 4월28일 자신의 SNS 계정을 통해 "나라망신을 톡톡히 시킨 그 압축폐기물이 평택항으로 되돌아왔다"며 "쓰레기는 제주도에서 나왔는데 정작 피해는 경기도민들이 보고 있다"고 비판한 바 있다.

앞서 제주시 압축쓰레기 도외 반출·처리 업무를 맡았던 G사는 2017년 1월 2016년산 제주시 압축폐기물 2712톤을 필리핀 세부항으로 불법 수출했다가 연료 판정을 받지 못해 평택항으로 반송조치 당했다.

이후 G사는 창원의 한 소각처리시설에서 832톤을 처리했으나 같은 해 7월 나머지 1880톤과 국내 7~8개 업체의 폐기물 3220톤 총 5100톤을 필리핀 민다나오로 재수출해 논란을 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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