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에서 추진됐던 국내 첫 영리병원인 녹지국제병원이 17일 사실상 폐업했다.

지난해 12월 제주도로부터 조건부 허가(내국인 진료 제한)를 받았음에도 의료법이 정한 90일의 개원 시한을 넘겨 허가 취소 처분을 받은 지 꼭 두 달 만이다.

2년 동안 개원만 기다려 온 병원 직원들은 이날 모두 해고됐고, 정부와 제주도,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는 최근 협력체계를 강화하며 병원 측이 제기한 소송에 맞대응하고 있다.

◇전 직원 해고…일부 직원 '부당해고' 주장하며 노동청 진정

병원 사업자인 중국 녹지그룹 산하 녹지제주헬스케어타운 유한회사는 이날자로 병원 직원 50여 명을 전원 해고했다.

녹지 측은 지난달 17일 병원 직원들에게 해고예고통지서를 보낸 뒤 남은 근무 기간에 대한 임금을 조기 지급하기로 방침을 세웠고, 이에 직원 30여 명은 지난달 31일, 나머지 20여 명은 지난 5일자로 병원을 나왔다.

그러나 일부 직원들은 부당 해고를 주장하며 반발하고 있다.

병원 직원 14명은 지난달 29일 광주지방고용노동청 제주근로개선지도센터에 공동 명의의 진정서를 제출했다.

녹지 측이 근로자들과 협의 없이 사규에 명시된 휴직 급여를 축소 지급(평균 임금의 70%→50%)하고, 연차도 중국계 기업 소속인 만큼 중국의 설 명절인 춘절 등에 맞춰 사용할 것을 강제해 왔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이번 진정 건의 처리기한은 다음달 3일까지로, 현재 직원들은 센터에 출석해 소명 절차를 밟고 있다.

녹지 측은 지난달 31일 병원 직원들에게 구샤팡(Gu Xiafang) 대표이사 명의의 '작별을 고하며 드리는 말씀'이라는 제목의 글을 보내 유감을 표명했다.

녹지 측은 해당 글에서 "마지막 인사를 드리게 돼 마음이 더더욱 숙연해진다"며 "비록 현재 녹록한 상황은 아니지만 추후 소망스런 기회를 갖게 돼 병원을 개원하게 된다면 다시 여러분들과 함께 했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밝혔다.

◇행정소송에 국제분쟁 우려도…道·JDC·중앙부처 전략 모색

현재 녹지 측은 제주도를 상대로 '외국 의료기관 개설 허가 조건 취소 청구 소송'과 '외국 의료기관 개설 허가 취소 처분 소송' 두 건의 행정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향후 녹지 측은 2015년 12월 병원 사업을 승인한 우리나라 정부에 대해서도 투자 손실에 대한 손해 배상을 청구할 가능성이 크다.

실제 녹지 측은 지난 3월26일 허가 취소 전 청문에서 "허가 취소는 한중 자유무역협정(FTA)의 '공정·공평한 대우(FET)' 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이는 '투자자와 국가 간 분쟁 해결(ISD·Investor-State Dispute)'에 중재를 청구할 수 있는 사유"라고 밝힌 바 있다.

ISD는 해외 투자자가 상대국의 정책 등에 의해 피해를 받았을 때 국제 중재를 통해 손해 배상을 받도록 하는 제도로, 청문 당시 녹지 측은 손해배상금을 약 850억원(투자비 780억원·인건비 76억원 등)으로 추산했었다.

우선 제주도는 2급 상당의 법무특보를 채용하는 등 전담 법률팀을 구성·운영하며 행정소송에 대응하고 있다.

병원을 포함한 제주헬스케어타운 조성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JDC)와도 지난 14일 정례협의회를 열고 향후 병원 운영에 JDC가 참여할 수 있도록 법률을 개정하는 방안 등을 협의 중이다.

특히 도는 중앙 부처와의 협력에도 힘을 쏟고 있다. 외교부와는 중국 외교부와의 경제·통상, 법무부와는 ISD 관련 내용을 논의하고 있다.

도는 보도자료 등을 통해 거듭 소송 등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겠다는 방침을 피력하고 있다. 도는 "이미 관련 법률 문제에 대비하기 위해 내·외부 법률전문가들의 자문을 구해 왔고, 앞으로도 전담팀을 바탕으로 여러 상황에 대비해 총력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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