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은 박사과정만 마치면 아들 양육권을 가져오겠다고 했어요. 얼마전 대학원에 가서 형의 유품을 정리하고 왔는데 ‘좋은 아빠 되는 법’ 이런 책들이 아이 사진과 함께 있더군요. 정말 아이를 많이 보고 싶었구나 생각에 울컥했습니다.”

‘전 남편 살인사건’ 피의자 고유정(36)에게 잔혹하게 살해된 강모씨(36) 동생이 형을 회상하며 말했다.

유족에 따르면 강씨의 아들 사랑은 지극했다. 비록 이혼 당시 여러 이유로 양육권을 갖지 못했지만 언젠가 아들과 함께 살 수 있을 것이란 희망을 놓지 않았다.

강씨가 이혼 후 고씨에게 보낸 문자들을 보면 ‘언제까지 기다려야 하나요’, ‘아들이 보고 싶은데 볼 수 있게 해달라’며 아들을 향한 절절한 마음이 담겼다.

강씨는 고씨의 친정집 등에도 찾아갔지만 문전박대를 당하며 2년간 아들을 보지 못하자 면접교섭권 소송을 제기하기에 이른다.

사건이 일어난 지난달 25일은 강씨가 그토록 꿈에 그리던 아들을 2년만에 만나는 날이었다. 강씨는 동생에게 ‘제일 좋은 레고 장난감을 사다달라’고 부탁했다. 그 선물을들고 나가서 돌아오지 못했다

아들을 만나러가는 강씨의 차량 블랙박스에는 노래에 아들 이름을 넣어 흥얼거리는 모습이 고스란히 담겨 주변을 더욱 안타깝게 했다.

전 남편을 살해한 것도 모자라 시신을 훼손해 유기한 고유정이지만 여전히 아들의 친권을 갖고 있다. 현행법상 보호자가 피의자 신분이 되더라도 친권이 자동으로 상실되지는 않는다.

유족이 고유정을 상대로 친권 상실 소송을 제기한 것도 이 같은 이유다.

유족 측은 18일 오후 제주지방법원에 고씨에 대한 ‘친권상실 선고’ 및 ‘미성년 후견인 선임’을 청구하는 소장을 접수했다.

유족 측은 아이의 복리와 앞으로 자라면서 생길 수 있는 문제 등을 고려해 고씨의 친권을 상실시키는 동시에 아이의 후견인으로 전남편(피해자) 강씨의 남동생을 선임해달라고 법원에 청구했다

고유정이 친모라는 이유만으로 아이의 친부를 무참히 살해한 사람이 친권을 갖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이유를 들고 있다.

오랫동안 아이의 외조부모, 즉 고씨의 부모가 오래 양육해오긴 했지만 사건이 벌어진 상황에서 계속 아이를 키우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입장이다.

민법 제924조 ‘친권의 상실 또는 일시정지의 선고’에 따르면 가정법원은 부 또는 모가 친권을 남용해 자녀의 복리를 현저히 해치거나 해칠 우려가 있는 경우 자녀, 자녀의 친족, 검사 또는 지방자치단체의 장의 청구로 그 친권의 상실 또는 일시 정지를 선고할 수 있다.

유족 측의 법률대리인인 강문혁 변호사는 “친권에 있어 가장 중요한 문제는 자녀의 복리이며 이는 법에도 명백히 명시돼 있다”며 “친권자에게는 민법상 자녀의 거소지정권, 징계권, 대리권까지 포괄적으로 인정되기 때문에 고유정과 같이 잔혹한 패륜 범죄를 저질렀을 경우 친권을 상실시킬 필요성이 매우 크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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