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시 이도2동의 한 골목길. 주택이 밀집해있고 어린이도서관도 있는 곳으로 늘 차량 주차문제로 혼잡한 이면도로 중 하나다.

뉴스1 취재진이 찾아간 20일 오후에도 도로를 따라 차량들이 일렬로 줄지어 주차돼 있었다. 빼곡하게 늘어선 차량 사이로 준중형 크기의 차 한대가 겨우 지나갈만한 공간만 남아있었다.

실제로 이곳에 진입한 차량들은 주차된 차들을 피해 아슬아슬 곡예 운전을 하듯 이곳을 통과하고 있었다.

곳곳에 있는 교차로 모서리에도 차량이 주차돼 있어 좌회전이나 우회전을 하려던 차량 운전자들이 화들짝 놀라기 일쑤다.

음식점 등 상가들이 즐비해 관광객들도 많이 찾는 제주시 건입동 흑돼지거리 일대도 사정은 마찬가지.

좁은 골목길을 따라 운행하던 차량들은 맞은편에서 진입하는 차량을 맞닥뜨릴 경우 후진하며 길을 내주기도 했다.

이처럼 제주시내 주거 밀집지역에 있는 이면도로의 주차문제는 최근 몇년간 주민갈등을 유발할 만큼 고질적인 골칫거리로 자리잡았다.

문제는 이같이 이면도로에 빼곡히 주차된 차량들로 인해 화재 등 유사시 신속한 대처가 어려워져 안전문제까지 유발할 가능성이 나오고 있다는 점이다.

사이드미러를 포함해 가로폭 2.6m의 소방펌프차가 진입하려면 최소 도로폭 3m가량이 확보돼야 한다.

제주시내 주거 밀집지역에 있는 이면도로 5곳 중 1곳은 양면주차로 인해 소방차가 진입하기 어려운 것으로 나타났다.

제주소방안전본부는 지난 4월15일부터 5월31일까지 제주도 주거 밀집지역에 있는 도로폭 3m 이상의 이면도로 1433곳을 대상으로 소방차 진입곤란지역 일제조사를 실시했다고 20일 밝혔다.

조사결과 양면주차로 인해 소방차가 진입하기 어려운 곳이 100m 이상인 지역은 조사대상 1433곳 중 13%인 186곳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특히 제주소방서 관할 지역인 경우 주거 밀집지역 이면도로 760곳 중 18.7%인 142곳이 소방차 진입곤란지역으로 조사돼 양면주차로 인한 도로혼잡 문제가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제주소방안전본부는 1차 조사에서 소방차 진입곤란지역으로 나타난 곳에 대해 재확인을 통해 실태를 면밀히 파악하는가 하면 2차 조사도 실시할 계획이다.

7월부터 오는 9월말까지 실시되는 2차 조사에서는 거동이 불편한 장애인과 노인, 어린이 등이 밀집한 곳과 병의원 주변의 이면도로를 살펴볼 예정이다.

장애인시설, 경로원, 어린이집 등 '노유자 시설' 약 604곳, 병의원 약 244곳 중 입원실이 있는 곳 주변의 이면도로가 조사대상이다.

제주소방안전본부는 2차 조사까지 마치면 조사결과를 바탕으로 제주 이면도로에 만연한 양면주차로 인한 혼잡 문제를 개선하기 위한 방안을 모색할 방침이다.

우선 교차로와 도로 협소구간에서 '소방차 출동로 구획 표시제'를 시범운영하는 방안과 비상소화장치 설치를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또 제주특별자치도가 도입을 추진하고 있는 '거주자 우선주차제'와 연계해 소방차 진입곤란지역 이면도로의 교통환경을 개선하는 방안도 마련할 예정이다.

제주소방안전본부 관계자는 "제주시의 거의 모든 이면도로가 양면주차 등으로 인해 소방차 진입이 쉽지 않은 현실"이라며 "보통 일반 차량 한대가 지나갈 공간만 생기면 소방차와 상관없이 주차를 하고 있고, 소방차 출동로 구획 표시제를 도입한다고 하더라도 주차 금지를 강행할 방법은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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