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이 제주판 살인의 추억으로 불리는 도내 대표적인 장기미제 사건인 어린이집 보육교사 살인사건을 11일 판결한다.

제주지방법원 제2형사부(재판장 정봉기)는 이날 오후 201호 법정에서 성폭력범죄의 처벌 및 피해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강간살인)로 기소된 박모씨(53)의 선고공판을 할 예정이다.

일반적인 사건이라면 피고인의 양형이 관심사겠지만 이번 판결은 무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박씨를 범인으로 지목할만한 직접적인 증거가 없기 때문이다.

그동안의 재판에서 검찰은 재판에서 피해자와 피고인의 미세섬유 유사성과 10년 전 CCTV 영상 등을 증거로 제시했다.

검찰은 "피고인 진술로 구성한 증거는 없지만 법의학과 CCTV 영상 등 과학기술로 도출한 사실관계로 볼 때 피고인이 범인이라는 것은 실체적 진실"이라며 무기징역을 구형했다.

반면 박씨 변호인은 섬유분석결과의 신빙성과 저화질 CCTV 증명력 등에 문제를 제기했다.

특히 미세섬유의 증명력은 이번 사건의 가장 큰 쟁점이다.

앞서 법원은 미세섬유를 직접 증거로 보기 어렵다며 2018년 5월 박씨의 구속영장 신청을 한차례 기각한 적이 있다.

"피해자의 옷에서 나온 섬유가 아니라 다른 사람이 입은 같은 제품의 옷에서 나온 섬유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이유였다.

이후 경찰은 7개월간 CCTV 정밀 분석 등 과학수사를 통해 증거를 보강하고 섬유 증거 등을 추가로 확보해 같은해 12월 21일 구속영장을 재신청했다. 이번에는 법원이 받아들여 박씨는 사건 발생 9년10개월 만에 수감자 신세가 됐다.

박씨는 2009년 1월31일에서 2월1일 사이 이모씨(당시 27·여)를 택시에 태워 목졸라 살해한 뒤 제주시 애월읍 고내봉 인근 배수로에 버린 혐의를 받고 있다.

박씨는 사건이 일어난 2009년 2월에도 경찰이 지목한 유력한 용의자였으나 범행 시간을 특정하지 못했고 범인으로 입증할 뚜렷한 증거가 없어 풀려났다.

정확한 범행 시간도 추정하지 못한 채 사건을 종결했던 경찰은 2015년 일명 '태완이 법' 이후 살인죄의 공소시효가 폐지됨에 따라 2016년 3월 장기미제사건 전담수사반을 꾸려 재수사에 착수했다.

경찰은 동물 사체 실험을 통해 범행 시간을 특정 짓고 피해자가 입었던 옷의 미세섬유가 박씨의 옷에서 발견된 점 등을 근거로 박씨를 법정에 세우는데 성공했다.

박씨는 지난달 27일 최후변론에서 "판사들이 제대로 판결해 저와 제 식구들이 발뻗고 살 수 있도록 해달라"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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