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 한라산을 배경으로 크고 작은 야자수가 늘어선 풍경은 관광객들이 ‘제주에 왔구나’라고 실감케 한다.

제주의 야자수는 ‘워싱턴 야자’로 1983년부터 제주시내와 중문관광단지 등에 심어졌다. 이후 관광객들에게 이국적인 정취를 전하며 사랑받아왔다.

그러나 최근 제주의 야자수가 점점 사라지고 있다.

이상기후현상으로 식생 환경이 변하고 있고 행정시가 가로수 정비사업을 통해 야자수 대신 다른 수종으로 바꾸는 추세이기 때문이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제주도 전역 가로수에 심어진 워싱턴 야자는 총 3486그루로 집계됐다. 이는 2014년 말 3619그루보다 3.7%(133그루) 줄어든 것이다.

특히 제주시는 2014년 말 1418그루에서 지난해 말 1170그루로 17.5%(248그루) 감소했다.

제주시내에서 야자수가 사라지고 있는 주요 원인 중 하나로 이상기후현상이 꼽힌다.

이상기후로 인해 돌발 병해충이 발생해 야자수가 병들거나 자연재해로 인한 피해가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태풍이 발생할 때 바람의 순간 풍속이 강해 나무기둥 등이 부러지거나 겨울철 한파 시 기온이 급격하게 떨어져 냉해 피해가 발생하고 있다. 이 같은 이유로 2017부터 제거된 야자수는 제주시만 16그루로 집계됐다.

제주 서귀포 중문관광단지에서도 지난해 태풍 솔릭과 콩레이 등의 영향으로 워싱턴 야자 180여그루가 고사되거나 부러졌다.

이에 한국관광공사는 이달 말까지 단지 내 야자수 280여그루를 제거하고 오는 9월 새로운 야자수를 심기로 했다.

신창훈 제주도 세계유산본부 산림환경연구과장은 “이상기후로 인해 돌발 병해충이 생겨 도내 워싱턴 야자에 피해가 발생하는 경우가 있어 이에 대한 대응을 하고 있다”며 “또 최근 순간적으로 강한 바람이 불거나 급격한 기온 하락으로 인해 야자수가 죽어가기도 한다”고 말했다.


여기에 가로수로 심어진 워싱턴 야자에 대한 인식 변화도 나무 수 감소에 한목하고 있다.

제주시는 2017년 한국전력공사와 협약을 맺고 전력선을 위협하는 도로변 워싱턴 야자 38그루를 제거하고 다른 식종의 나무를 심었다. 야자수의 잎이 고압 전깃줄에 접촉해 정전 사고를 발생한다는 이유에서다.

또 지난해 강풍, 태풍 등으로 인해 사고가 발생할 위험이 있는 나무를 전수조사해 워싱턴 야자 67그루를 제거했다.

서귀포시의 경우 도로변 야자수는 2014년 말 2201그루에서 2017년 말 2164그루로 감소했다가 지난해 말 2316그루로 늘었지만 워싱턴 야자를 가로수로 심는 것을 피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서귀포시 관계자는 “가로수를 정비해 식재할 나무 수종을 결정할 때 전문가 자문 및 심의를 거치는데 특정한 곳을 제외하고는 워싱턴 야자는 지양하고 있다”며 “열섬현상이 발생할 때 야자수는 그늘 효과도 떨어지는 등 가로수로서는 기능이 부족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서울에 사는 관광객 오모씨(56)는 “제주를 여행하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가 다른 지역엔 없는 야자수 풍경을 보며 외국에 온 듯한 기분을 느낄 수 있는 것”이라며 “그런데 몇 년 전에 비해 야자수가 눈에 띄게 줄고 있는 것 같아 많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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