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오전 인적 없이 강한 비바람만 몰아치던 제주시 이호해수욕장.

이곳에서 이동식 아이스크림 가게를 운영하는 오모씨(43·여)는 전날 기계에 덮어둔 파란 천막만 매만지며 한숨을 늘어놨다.

부푼 마음으로 올여름 처음 해수욕장에서 영업을 시작했지만 지난달 22일 해수욕장 개장 이후 주말마다 장맛비가 쏟아진 데다 이번 주말에는 태풍 '다나스(DANAS)'까지 몰려오고 있는 탓이다.

오씨는 "거의 한 달 동안 제대로 영업도 못했는데 이번 태풍에 기계까지 쓸려갈까봐 걱정돼 일찍 집을 나섰다"며 "아무리 매년 오는 태풍이라고 하지만 이번 태풍은 정말 너무 원망스럽다"고 말했다.

오씨의 가게 옆 음식점 상황도 비슷했다. 맑은 날씨였다면 파라솔과 천막에서 24시간 성업을 이뤘을 테지만 지난 주말들과 마찬가지로 이날도 개점휴업 상태였다.

아르바이트생 고모씨(22)는 "주말에 비가 내리는 날이면 손님들이 비에 젖지 않게끔 한 테이블에 파라솔을 2~3개씩 붙여 영업했었다. 그만큼 손님이 귀하다"며 "사장님과 직원들 모두 이젠 비가 내리지 않기만을 바라고 있다"고 전했다.

이날 오전 제주시 협재해수욕장의 상인들도 텅 빈 평상을 바라보기는 마찬가지였다.

한 상인은 "지난달 중순부터 주말마다 비가 오니 장사가 잘 될 리가 없다"며 "경기침체로 사람들의 지갑도 닫힌 데다 날씨까지 이러니 이번달 매출만 보면 평년의 절반 수준"이라고 토로했다.

인근 음식점, 카페도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여름철 성수기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가게들은 텅 비어 있었다.

관광객 도모씨(33·서울)는 "오래전부터 친구들과 준비해 온 여행인데 태풍이 온다고 하니 난감하다"며 "어젯밤 야간개장한 해수욕장을 갔지만 바다에 들어가지도 못한 채 멀리서 구경만 해야 했다. 오늘 아침 해녀체험을 할 예정이었는데 태풍 탓에 취소돼 오늘 무엇을 해야 할지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제주도에 따르면 지난달 22일(5곳)과 지난 1일(6곳) 개장한 도내 지정 11개 해수욕장의 이용객 수는 지난 14일 기준 22만8000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26만명)과 비교해 3만2000명이나 줄었다.

도 역시 상인들과 마찬가지로 흐린 날씨로 인해 이용객이 감소한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 해수욕장 개장 이후 기다렸다는 듯이 주말인 지난달 29일과 지난 5일, 지난 13일엔 모두 장맛비가 쏟아졌고, 장마 기간도 6월19일부터 7월9일까지였던 지난해보다 열흘 이상 길어지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지난 8일 제주시 함덕해수욕장에서는 8년 만에 상어가 나타나는가 하면 지난 12일에는 제주도 해역에 독성이 강한 노무리입깃해파리 주의보까지 발령돼 엎친 데 덮친 격이 됐다.

이 같은 상황 속 현재 흐린 날씨는 계속되고 있다. 기상청은 20일까지 태풍 다나스의 영향으로 흐리고 비가 내리겠다고 예보했다.

기상청은 "제주도 해안에는 너울에 의한 높은 파도가 해안도로나 방파제를 넘는 곳이 있겠고 특히 이날 오후부터 20일 사이에는 매우 높은 물결에 의해 해수범람이 우려되니 해안가 안전사고에 각별히 유의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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