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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종 칼럼] 한·일 갈등과 미국의 중재
김수종 고문
7월 23일 우리나라 하늘은 마치 중국과 러시아 공군 전투기들의 공동 훈련장이 되어 버린 모양새다. 무려 3시간 이상 중국 폭격기 2대와 러시아 군용기 3대(폭격기2대 조기경보통제기1대)가 한국방공식별구역(KADIZ)과 일본방공식별구역(JADIZ)을 넘나들며 연합훈련을 실시했다고 한다. 러시아 공군기는 노골적으로 독도 상공의 한국 영공을 침범했다.

한국 공군과 일본 자위대 항공기들도 이에 대응하여 출격했다. 한국 공군기들은 영공을 침범한 러시아 공군기를 향해 경고사격을 하는 등 독도 상공은 중국 러시아 한국 일본의 군용기들이 몰려들어 일촉즉발의 긴장이 유발됐다. 공군에 의하면 중국과 러시아 항공기가 동시에 방공식별구역을 침범한 일도 처음이고, 한국 공군이 타국 군용기에 대해 경고사격을 한 것도 처음이라고 한다. 더구나 한국 공군기의 러시아 공군기에 대한 경고사격을 놓고, 일본이 한국에 항의했다고 하니 정말 혼란스럽다.

한반도를 둘러싼 환경이 심상치 않은 이 시점에서 중국과 러시아가 왜 이런 도발적인 항공훈련을 했을까? 중국과 러시아는 최근 미국의 서태평양과 인도양에 대한 영향력 확대전략에 맞서 중·러 협력을 과시하려는 전략적 제휴 목적이 있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어쨌든 국민은 불안하다. 요즘 한국을 둘러싼 안보 및 경제 정세가 건드리면 터질 것 같은 형국이다. 한국의 반도체 산업 소재와 부품에 대한 일본의 보복적 수출규제조치로 한·일 관계는 1965년 국교정상화 이후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한국의 문재인 정부와 일본의 아베 정부의 상대방에 대한 감정적 수위는 좋아질 기색이 전혀 보이지 않는 우려스러운 상황이다. 게다가 북핵 문제는 교착상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으니 경제위기와 안보위기가 동시에 한국을 누르고 있는 꼴이다.

이 교착 상황을 풀어줄 현존하는 적임자는 미국이다. 그래서 트럼프 미국대통령의 안보보좌관 존 볼턴이 일본에 이어 23일과 24일 한국을 방문했다. 볼턴 보좌관의 한국방문 목적은 단순한 한·일 갈등 해결은 아니다. 긴장이 고조되는 호르무즈해협의 군파병과 북한비핵화 의제가 더 중요한 이슈일 것이다. 그러나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중국과 러시아의 동해상 공동 비행훈련과 격렬해진 한·일 분쟁해결과 한·미·일 3각 안보협력 체제의 필요성을 연계해서 더욱 진지하게 생각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현존하는 한·일 무역 갈등을 어떤 방식으로든 중재하지 않고는 한·미·일 안보협력체제는 삐걱거릴 수밖에 없다.

문재인 대통령도 트럼프대통령과 만났을 때 한·일 무역 갈등에 관심을 가져달라고 요청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아베 일본총리와 문재인 대통령 사이에서 난처한 입장에 있음을 내비쳤다. 우선 두 나라가 스스로 해결해야 한다는 외교적이고 원론적인 자세를 보였다.

손사래를 치는 미국을 향해 청와대가 내비친 카드가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 일명 ‘지소미아’(GSOMIA) 폐기 위협이다. 2012년부터 당시 야당 일부의 반대로 우여곡절을 거치면서 2016년 박근혜정부와 아베정부가 합의한 게 지소미아다. 이 협정은 한국은 일본에, 일본은 한국에 자국 정부가 수집한 북한의 군사정보를 공유하도록 되어 있으며 어느 한 국가가 이의를 제기하지 않으면 해마다 자동 연장된다. 한국이 폐기하겠다고 통고하면 90일 후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은 폐기된다.

그러나 안보 전문가들의 말마따나 지소미아 폐기 위협은 ‘양날의 칼’이다. 한·일 갈등을 해소할 수 있는 계기도 될 수 있지만, 한미 동맹을 치명적으로 해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지소미아는 한미동맹과 미일동맹을 연결하는, 미국이 원하는 한·미·일 안보 협력의 고리다. 처음 한·일 무역 갈등이 터졌을 때 당사자 간 해결을 강조하던 미국이 지소미아 폐기 가능성이 제기되자 중재하겠다고 나선 배경이다. 한·일 무역 갈등 속에서도 일본은 ‘지소미아’의 유지를 희망하고 있는 것도 미국의 중재 노력이 먹힐 여지를 보여주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오늘의 안보환경이 21세기 내내 지속될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23일처럼 중국과 러시아 전투기가 편을 짜고 우리나라 하늘을 훑고 다니는 상황에서 현존하는 대응방법이 무엇인지는 정치 지도자들이 고민하고 또 고민해야 할 일이다. <뉴스1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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