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3000권과 저마다의 재능을 안고 아프리카 빈민가로 떠나는 청년들이 있다.

제주청년 해외배낭연수 참가팀인 '매니를 찾아서(Find The Many)'의 강덕훈(27·한국외국어대 영어학부 4)·박시몬(27·제주대 정치외교학과 4)·이성민씨(25·제주대 정치외교학과 3)다.

군대 선·후임, 학과 선·후배로 인연을 맺은 이들은 국제개발협력과 봉사활동이라는 공통 관심사를 계기로 올해 초 한 팀을 꾸렸다.

각자의 재능과 보다 많은 이들의 마음을 모아 아프리카 남동부에 위치한 말라위의 빈민가 아이들에게 책과 사진을 선물하기로 뜻을 모은 것이다.

이들은 먼저 밀알복지재단이 말라위 은코마 지역에서 운영하고 있는 '은코마 커뮤니티 드림 도서관(Nkhoma Community Dream Library)'에 교과서 등 현지 서적 3000권을 기증하는 계획을 세웠다.

서적 구매 비용는 크라우드 펀딩을 통해 마련하기로 하고, 후원자에게는 직접 촬영·제작한 일러스트 엽서·스티커·배지·에코백 등을 선물하기로 했다.

이들은 이어 인근의 한 의류공장을 찾아가 그 곳에서 일하고 있는 아이들과 장애인들의 독사진을 직접 촬영·인화해 책과 함께 선물하는 계획도 세웠다.

이 같은 세 청년의 패기 넘치는 계획은 지난 1일 제주도의 '제주청년 해외배낭연수 지원사업'에 선정됐다. 이후 텀블벅 크라우드 펀딩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는 세 청년은 다음달 10일 출국을 앞두고 마무리 준비에 한창이다.
 

'매니를 찾아서'가 아프리카 빈민가 도서 기부 프로젝트를 진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당초 덕훈씨와 일러스트레이터 김민교씨 단 두 명으로 꾸려졌던 '매니를 찾아서'는 지난해 7월 굿피플이 마다가스카르 토아마시나 지역에서 운영하고 있는 '베다니 학교(Bethany School)'에 처음으로 현지 서적 446권을 기증했었다.

당시 느꼈던 크나큰 기쁨과 보람이 대학 졸업반인 이들을 한 발자국 더 나아가게 한 것이다.

다만 세 청년은 팀 이름 속 '매니'와 같은 아이들에게 작은 희망을 주고 싶을 뿐이지 이 프로젝트에 담긴 바람은 그리 거창한 것이 아니라고 했다.

실제 '매니(Mani)'는 덕훈씨가 몇 해 전 인도 여행 중 시장에서 만난 10살 꼬마 상인의 이름이다. 덕훈씨는 '자신의 어머니처럼 돈이 없어 치료를 못 받는 사람들을 돕는 의사가 되고 싶다'는 이 꼬마에게 책 10권을 선물해 줬었다.

덕훈씨는 "빈곤 포르노그래피(모금 성과를 높이기 위해 빈곤을 자극적으로 묘사한 이미지) 없이 누구나 즐겁게 기부에 동참할 수 있는 프로젝트를 해 보고 싶었다"며 "그것이 더 많은 '매니'를 위한 길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같은 팀원인 성민씨 역시 "기부하는 마음이 마냥 가벼워서는 안 되겠지만 굳이 무거울 필요도 없다고 생각한다"며 "책 한 권, 어린시절 사진 한 장 같은 가장 사소한 것부터 우리가 나누면서 살아간다면 세상이 조금 더 좋은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이라고 믿는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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