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의 '안이한 행정'이 제주 쓰레기 처리난을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게다가 문제가 불거진 후에도 쓰레기 처리시설이 들어선 지역의 주민들에게 '이해와 양보'만 구하고 있을 뿐 구체적인 대책은 제시하지 않으면서 '무책임 행정'이라는 비판도 일고 있다.

지난 8일 제주시 봉개동·회천동 주민으로 구성된 봉개동쓰레기매립장주민대책위원회(이하 주민대책위)는 봉개동쓰레기매립장에 운영중인 음식물류쓰레기 처리시설·재활용쓰레기처리시설의 협약기간(2021 10월31일)내 이설을 위한 계획 재수립, 10월31일까지 회천매립장에 야적중인 압축쓰레기·폐목재 처리, 회천매립장 인근지역 악취관리지역 지정, 매립지 최종 복토, 쓰레기 정책 실패에 따른 관련 공무원 징계를 요구하는 내용의 공문을 보냈다.

특히 주민대책위는 17일까지 해당 요구사항에 대해 제주도지사의 책임 있는 이행과 조치가 없을 경우 19일 오전 6시부터 음식물류쓰레기와 재활용쓰레기의 봉개동쓰레기매립장 반입을 막겠다고 경고했다.

이번 사태는 제주 서귀포시 색달동에 들어서는 제주 광역음식물류폐기물 처리시설 완공이 늦어지면서 빚어졌다.

제주도는 서귀포시 색달동 3만4737㎡ 부지에 총사업비 1100억원(국비 50%·지방비 50%)을 투입해 1일 340톤을 처리할 수 있는 음식물류폐기물처리시설 건설, 2021년 10월부터 가동할 계획이었다.

이 사업은 2017년 12월 예비타당성 조사가 면제되면서 속도가 붙는 듯 했지만 2018년 2월 시작된 기획재정부의 사업계획 적정성 검토가 늦어지고 국비지원 결정도 지난달 확정되는 등 행정절차 이행에 시일이 소요되면서 준공이 2023년 상반기로 연기됐다.

이처럼 색달동 광역음식물류폐기물 처리시설 행정절차 이행 과정이 늦어지면서 봉개동쓰레기매립장내 음식물류 쓰레기처리시설 사용기한 연장이 불가피했지만 제주도는 이 같은 내용을 봉개동 주민들에게 '함구'하다가 주민들이 설명을 요구하자 지난 6일에야 공문을 보내 주민대책위에 음식물류처리시설 사용연장을 요청하면서 빈축을 사고 있다.

봉개동 주민들의 입장은 강경하다.

주민대책위는 "지난해 8월 쓰레기 대란 발생은 막아야 한다는 공익의 목적을 위해 봉개동 주민의 간절한 염원인 폐기물처리시설 이설을 미루는 '연장 사용협약'을 체결하게 된 것"이라며 "당시 더 이상 연장은 없다는 확약을 받고 협약을 체결했지만 1년이 되기도 전에 제주도가 연장을 요구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주민대책위는 "지난달 31일까지만 하더라도 도는 주민대책위에 공문을 보내 (음식물류 쓰레기처리시설 이설 등) 협약 이행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며 "이번 도의 요청은 주민들을 농락하는 말 바꾸기 행정의 전형"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봉개동 주민들이 강경하게 나오자 당장 음식물류 쓰레기와 재활용쓰레기, 폐가구 등 대형폐기물 처리에 비상이 걸렸다.

봉개동쓰레기매립장에는 제주시 19개 동지역에서 발생한 음식물류쓰레기가 반입되는데, 그 양이 1일 140~150톤에 이른다.

또 재활용쓰레기도 1일 30~40톤이 반입되고 있는데 봉개동쓰레기매립에 있는 시설이 아니면 마땅히 처리할 곳도 없는 상황이다.

또 폐가구 등 대형폐기물도 1일 100건 이상 들어온다.

봉개동 주민들이 당장은 가연성 생활폐기물 반입은 막지 않겠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갈등이 장기화될 경우 이마저도 장담할 수 없다.

제주시 봉개동쓰레기매립장에 인접한 제주북부광역소각장에 반입되는 가연성 생활폐기물은 1일 230~240톤 가량으로, 이 중 140톤만 소각 처리되고 있다.

제주시는 소각하지 못한 가연성폐기물을 봉개동쓰레기매립장에 압축폐기물 형태로 야적하고 있다.

현재 야적된 압축폐기물은 6만3000톤. 봉개동 주민들은 압축쓰레기 탓에 매립지 최종복토를 하지 못하면서 2차 피해가 발생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처럼 제주시 지역 쓰레기 처리대란이 우려되고 있지만 행정은 주민들에게 ‘읍소’만 하고 있다.

고희범 제주시장은 16일 오전 기자회견에서 ‘봉개 주민들을 설득하지 못했을 경우 쓰레기 처리 방안’을 묻는 질문에 “방법이 없다. 쓰레기 대란이 일어날 수밖에 없다”며 “다른 곳에 야적할 수조차 없다. 쓰레기 대란이 발생했을 경우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감당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인구 50만이 넘는 대도시인 제주시의 쓰레기 문제를 해결하는데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점을 양해해달라”며 “제주시의 어려운 상황을 이해해 쓰레기 반입을 막지 말아달라”고 요청했다.

제주도 관계자도 “광역음식물류쓰레기 처리시설 건립을 위해 예비타당성 조사 면제 등 (제주도에서도) 기간 단축을 위해 최선을 다했다”며 “기획재정부의 사업계획 적정성 검토가 예상보다 길어지면서 준공이 불가피하게 늦어지게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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