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긴 정말 춥네. 춥다, 추워."

바깥은 연일 30도 안팎을 넘나드는 폭염이지만 용암동굴 안으로 들어온 관광객들은 몸을 떨었다.

당장이라도 용암이 흘러내릴 듯한 길을 따라 작은 통로로 들어서자 초겨울 바람 못지 않은 찬바람이 불었다. 짧은 반팔을 입은 아이들은 작은 담요로 몸을 감싼채 동굴 이곳저곳을 신기한 듯 바라봤다.

지난 16일 오후 제주 만장굴의 풍경이다. 2007년에 지정된 유네스코(UNESCO) 세계자연유산이자 천연기념물 제 98호인 만장굴은 한여름에도 자연이 만들어낸 시원함으로 제주도민과 관광객에게 '이색 피서지'로 사랑받는 곳이다.

이날도 제주는 최고기온 30도를 넘는 무더위가 이어졌지만 만장굴은 시원하다 못해 서늘한 기온을 자랑했다.

실제 탐방구간의 마지막 코스인 '용암석주'로 가는 초입의 '용암발가락' 앞 광장에서 취재진이 확인한 결과 실내온도는 16도까지 뚝 떨어졌다.

만장굴은 제주어로 '아주 깊다'는 의미로 '만쟁이거머리굴'로 불려왔다. 이름에 걸맞게 만장굴의 확인된 총 길이는 약 7.4㎞에 이르며 주 통로는 폭이 18m, 높이가 23m에 달한다.

다만 현재 입구 3곳 중 제2입구로만 입장 가능하며 약 1㎞ 구간만 개방됐다. 개방 구간 끝에서는 세계에서 가장 큰 규모로 알려진 7.6m의 '용암석주'를 볼 수 있으며 탐방시간은 50여 분 소요된다.

만장굴의 역사는 그 길이만큼 아주 깊다. 약 10만~30만년 전 화산 폭발로 형성된 것으로 추정된다.

만장굴이 발견된 것은 1946년이다. 당시 김녕초등학교 교사였던 부종효 선생(1926~1980)과 꼬마탐험대로 불린 그의 학생 30명에게 발견됐다.

만장굴은 제주도에 있는 100여 개의 용암동굴 중 미천굴, 협재굴, 쌍용굴 등과 함께 일반인에게 공개되는 몇 안되는 동굴 중 하나다. 지난해 7월 한달 동안만 10만명에 가까운 방문객이 찾을 만큼 인기 있는 관광지이지만 사람들의 발길이 이어질수록 훼손 및 관리의 어려움 문제가 제기돼 왔다.

이에 제주도는 세계자연유산의 가치를 반영하고 적정 탐방객 수 유지를 위해 올해 7월부터 만장굴 관람료를 두배 인상했다. 관람료는 어른 개인 기준 4000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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