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연기념물 제333호이자 바닷새 번식지인 제주 무인도 '사수도'가 외부에서 침입한 집쥐들로 몸살을 앓고 있다.

제주세계유산본부는 지난해 6월~ 올해 6월 제주대학교 산학협력단에 의뢰한 '사수도 바닷새류 번식지 설치류 현황 파악 및 모니터링 연구' 결과 집쥐가 사수도 바닷새 번식을 방해하고 있다고 20일 밝혔다.

이 연구에 따르면 사수도는 추자도에서 약 23.3㎞ 떨어진 무인도로 면적은 13만8701㎡다.

사수도와 주변 해상에는 슴새, 흑비둘기, 매, 칼새, 섬개개비 등 총 25종의 조류가 서식하고 있다.

사수도는 진귀한 텃새인 흑비둘기의 서식처이자 여름철새 슴새의 최대 번식지여서 학술적 가치를 인정받아 1982년 천연기념물로 지정됐다. 때문에 이 섬에 들어가려면 반드시 문화재청장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그러나 언제부터인가 사수도에 100개체 정도의 집쥐가 서식하면서 이들 바닷새들의 새끼나 알을 공격하고 있다.

특히 굴을 파서 알을 낳는 슴새가 집쥐의 공격에 취약한 것으로 조사됐다.

연구진이 무작위로 선정한 슴새 번식 둥지 41개 중 12개에서 새끼의 존재가 확인돼 번식 성공률은 29.3%에 불과했다.

나머지 8개 둥지에서는 집쥐 공격의 흔적이 관찰됐다. 20개 둥지는 알 또는 새끼가 사라진 것으로 조사됐다.

슴새는 일년에 한 번 번식해 한 마리의 새끼를 기르며, 번식이 실패했을 경우 다시 번식을 시도하지 않는 습성이 있다.

이 집쥐들은 원래 사수도에서 서식하던 개체가 아니라 섬에 정박한 낚싯배를 통해 유입된 것으로 보인다.

현재 사수도에 서식하는 집쥐는 약 100개체지만 번식력이 왕성한 쥐의 특성을 고려하면 향후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수 있다.

연구진은 "집쥐는 서식 환경이 좋아지면 한해 1000여 마리로 개체군이 급증하기 때문에 완전박멸을 목표로 지속적인 포획 및 박멸이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세계유산본부는 "연구 결과를 토대로 문화재청과 협의해 집쥐을 포획하고 무단 출입과 폐기물 투기 등도 단속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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