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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살 끔찍했던 첫 성매매, 지금도 깊은 상처" 어느 60대 여성의 고백
  • (제주=뉴스1) 고동명 기자
  • 승인 2019.09.10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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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제주여성가족연구원이 최근 발표한 연구보고서 '제주지역성매매집결지 실태와 여성친화적 공간 조성방안'에는 도내 대표적인 성매매집결지 산지천 일대 성매매 종사자와 지역주민 등을 대상으로 한 면접조사 결과가 담겼다. 조사기간은 지난 2~7월이다. 특히 이 보고서에는 10대부터 50년 이상 성매매를 한 60대 여성들의 서글픈 인생사가 담겨 성매매와 인권 문제 등을 재조명하고 있다. 뉴스1제주본부는 이 면접조사를 중심으로 보고서의 주요 내용을 2차례에 걸쳐 소개한다.

© News1 DB
제주시 동문시장에서 제주항으로 이어지는 내천인 산지천은 과거 주민들이 빨래와 목욕을 하며 지역공동체의 중심 역할을 했던 장소다.

1950~60년대 산업화를 거치며 관광지와 항만 인근이라는 특성과 맞물리며 성매매가 확산됐고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여기에 술에 취한 노숙인들까지 가세, 공동화 현상이 일어나 사회적 문제로 대두됐다.

제주도는 2012년부터 2017년까지 산지천 일대에 586억원을 들여 대대적으로 기반 시설을 개선한 탐라문화광장을 조성하고 2018년에는 음주청정지역으로 선포되기도 했으나 이후에도 비슷한 문제가 계속되고 있다.

제주여성가족연구원이 이번에 산지천 실태를 재조명한 것도 이 때문이다.

제주여성가족연구원의 면접조사에 참여한 성매매 여성은 2명이다. 둘 다 10대 중후반에 성매매를 시작해 60대가 된 지금도 그만두지 못하고 있다. 나이가 든 지금은 나까이(호객행위)와 성매매를 동시에 하며 생계를 이어가고 있다.

A씨는 믿었던 친구가 자신을 소개소에 팔아버리는 바람에, B씨는 '돈을 벌 수 있다'는 제안을 받고 성매매를 시작하게 됐다고 증언했다.

A씨는 "주인이 화장을 하게 한 뒤 문 앞에 앉아 연탄불을 피워놓고 '놀다가세요, 놀다가세요'하라고 시키더라고. 나는 뭣도 모르고 '놀다가세요'라고 했지. 그때는 어려서 빠져나가야 된다, 탈출해야 한다는 걸 상상을 못했지"라고 회상했다.

A씨는 50여년이 지났지만 첫번째 성매매 경험을 생생히 기억하고 있었다. 진술 도중 눈물을 흘릴 정도로 A씨에게는 깊은 상처였다고 연구원은 전했다.

그는 "이 얘기를 하면 너무 억울해서…열여덟살이었어. 기억이나. 그 사람을 어떻게 잊겠어. 손님이 왔다 해서 가보니 40~50대 되는 아저씨였어. 첫 경험 얼마나 아프던지 끝나고 나서 막 울었어. 그냥 아파서 울었지…"라고 기억했다.

◇"너무 괴로워. 누구 하나 도와주는 사람없어"
업소 생활은 폭력이 일상이였다. 성구매자들과 갈등이 생기면 업주는 손님편을 들었고 경찰에 신고하기도 사실상 불가능했다. 일부 여성은 신경안정제 등 향정신성 약품을 복용하기도 했다.

A씨는 "맞는거, 터지는 거 일쑤야. 전화바리(숙박업소를 임대해 성매매 장소로 이용하는 영업행위)가면 방에 갇혔다가 옷 하나 안 걸치고 도망나오는 건 예사고. 칼에 안 찔린 게 천만다행이야. 주인은 우리가 죽든가 말든가 손님 편을 드는 거야"라고 토로했다.

또 "죽을 뻔했다 살아난 적이 있어. 마약쟁이들에게 팔을 찔리고 난리가 났었어. 마약을 강제로 먹이고 찌르고 이랬다니까. 마약쟁이를 만나 3일간 감금당하고. 그 얘기를 어떻게 다해. 친구 하나는 다리가 부러지고, 후배는 옥상 올라가서 죽고. 너무 삶이 괴로워서. 누구 하나 도와주는 사람 없잖아"라고 증언했다.

성매매 여성들을 치료해줬던 전직 보건소 직원은 "성매매 여성들의 스트레스는 에이즈와 더불어 증가하고 업주들은 여성을 더욱 강하게 압박했다. 정신장애가 있는 여성을 고용해 성매매를 강요할 정도로 산지천은 인권문제가 다분히 많은 곳이었다"고 말했다.

성매매 업소에서의 생활은 철저한 통제와 업소 주인, '기둥'이라 불리는 남성의 경제적 착취로 여성이 돈을 벌기 어려운 구조였다.

화장품값과 옷값 등 필요한 물품은 비싼 가격을 지불하고 구입해야하고 외출이나 휴가를 가면 과도한 벌금을 물어야 했다.

A씨는 "죄 없이 와서 빚이 자꾸 늘어나. 옷 얼마, 화장품 얼마, 엄마 찾아간다고 나왔다 잡혀오니 또 얼마. 빚이 자꾸 늘어나"라고 한탄했다.

업소와 여성의 수익 배분은 형식적으로 5대 5였으나 실제 여성들에게 떨어지는 돈은 미미했다. 그마저도 기둥이라 불리는 남편들이 매달 업소를 찾아와 여자 대신 월급을 챙겨갔다.

업주들은 벌금으로 여성을 압박했다. 성구매자가 여성을 찾을 때 업소에 없거나 외출을 하면 하루 벌금이 무려 100만원에 달했다.

성매매 여성들이 성매매 여성을 속박하는 구조도 포착됐다.

연구원은 산지천에 성매매로 유입된 여성들은 '백합회'라는 모임을 조성해 성매매 알선을 조직화, 권력을 행사하고 있었다고 밝혔다.

백합회 회원들은 선불금이 300만원 이상의 성매매 여성의 도주를 막기 위해 여성들을 감시하고 통제하며 심지어 주민등록을 뺏어 관리하기도 한다.

2019년 현재 산지천 성매매 여성은 그 숫자가 20여 명 안팎으로 추정된다.

(제주=뉴스1) 고동명 기자  kd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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