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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폭행 남자와 결혼하고도 "남편 발목잡아 미안"…성매매 주홍글씨
  • (제주=뉴스1) 고동명 기자
  • 승인 2019.09.10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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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제주여성가족연구원이 최근 발표한 연구보고서 '제주지역성매매집결지 실태와 여성친화적 공간 조성방안'에는 도내 대표적인 성매매집결지 산지천 일대 성매매 종사자와 지역주민 등을 대상으로 한 면접조사 결과가 담겼다. 조사기간은 2~7월이다. 특히 이 보고서에는 10대부터 50년 이상 성매매를 한 60대 여성들의 서글픈 인생사가 담겨 성매매와 인권 문제 등을 재조명하고 있다. 뉴스1제주본부는 이 면접조사를 중심으로 보고서의 주요 내용을 2차례에 걸쳐 소개한다.

© News1 김일환 디자이너
"애기 아빠에 대한 아픔도 있고 미안함도 있고, 모든게 복합돼 있어. 내가 미안한 게 있어. 왜? 내가 못 배웠기 때문에 남편 팔자를 다리를 잡지 않았느냐, 그것은 미안한 감이 있어. 나 때문에 남편 인생을 망치지 않았나 싶어서. 좋은 여자 많났으면 잘 살건데."

성매매에 종사하던 중 성폭력을 당해 자신을 임신까지 하게 만든 남자와 결혼한 A씨의 말이다. 그는 자신이 남편의 발목을 잡은 부족한 여성이라는 죄책감을 갖고 있었다.

제주여성가족연구원은 "A씨는 스스로 자신이 친구나 지인들에게 팔려다닌 무능한 존재지만 가족(손자)에게는 강한 보호자가 돼야 한다고 생각해 자신이 하는 일(성매매 알선 및 단란주점)을 아이에게 보여주지 않으려고 노력했다"고 전했다.

A씨는 "우리 손자를 내 가게에 한번도 데리고 간 적이 없어. 할머니 그 더러운 꼬라지 안 보여주려고. 손자가 '할머니 가게 따라갈게' 이래도"라고 씁쓸해했다.

이처럼 대부분의 성매매 여성들은 가족 구성과 가족관계 유지에 강한 애착을 지녔다. 이같은 애착은 배우자나 다른 가족과 대등한 관계를 유지하기 어렵게 만들었고 가정폭력으로 이어지기도 했다.

성매매 피해여성 단체 관계자는 "성매매 여성들은 대개 가족 구성에 애착이 있다.아무리 사회적으로 내 잘못이 아니라고 해도 성매매에 종사했던 사실을 말하는 순간 약자가 돼버린다"고 진단했다.

빚을 대신 갚아주는 남성과 만나 결혼하고 산지천을 벗어나는 것은 성매매 여성 대부분의 꿈이다.

B씨도 마찬가지였다. 한 남자를 만나 드디어 성매매를 벗어나는가 했지만 결국 제자리로 돌아와야 했다.

그는 "결혼해서 산지천을 벗어나는 것이 꿈이었어. 나도 설비업하는 남자를 만나 동거하고 결혼식도 하고 이젠 벗어나겠구나 기뻐했던 적이 있지. 결혼하면 산지천과 멀리 떨어진 곳에서 살고 싶었는데 배우자 일 때문에 멀리 떨어지지 않은 곳에 살았어. 그때가(더 이상 성매매를 하지 않아도 살 수 있는)가장 행복했어"라고 말했다.

여성가족연구원과 면접조사를 한 A씨와 B씨는 고령인 지금도 성매매와 알선을 하고 있다. 어린나이에 업소에 들어와 별다른 인적물적 자원이 없고 다른 직업을 가져본 적이 없는 그들이 생계를 위해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이었다.

B씨는 "남편이 갑자기 심장마비로 죽고 남겨준 유산도 없이 생계는 또 어려워졌고 아는 사람이라고는 산지천 사람들밖에 없었어. 내가 공부를 한 적도 없고 기술 배운것도 없어 알선 모임에 회비를 내고 들어갔지. 또 이 일을 다시 하게 돼 좋지는 않았지만 먹고살려니 어쩔 수 없었어"라고 했다.

◇탐라문화광장 조성 후에도 성매매 여전…여성 대책 없어
2012년부터 2017년까지 산지천 일대에 586억원을 들여 대대적으로 기반 시설을 개선한 탐라문화광장 조성 사업 이후에도 이 일대 성매매는 더 깊은 음지로 들어갔을뿐 여전히 성행하고 있다고 연구원은 밝혔다.

연구원은 "한달에 한번 민관이 합동 캠페인과 단속을 벌이지만 시간대를 피해 활동하고 있고 성매매업소가 철거된 뒤에도 여인숙이나 가정집을 임대해 몰래 영업하는 곳도 생겨났다"고 설명했다.

탐라문화광장 조성사업에도 이들은 아쉬움을 드러냈다. 당시 건물주와 업주들만 보상을 받고 성매매 여성들은 소외됐다는 것이다.

B씨는 "세상은 한번도 산지천 여성들에 대한 교육, 건강, 삶에 대한 의견을 듣고 재개발 정책에 반영하고 복지혜택을 줘 다시 살 수 있도록 고민한 것이 없어. 예전엔 우리를 성매매로 팔아먹고 동네 경제 살린다고 하고, 이제는 재개발로 방치해 단속만 해"라고 말했다.

그는 "개발하면서 성매매 여성들 살길도 같이 마련해줬어야지. 떠날 곳도, 떠날 돈도 없잖아"라고 덧붙였다.

A씨는 "좀 쉬고 싶어. 열여덟살부터 몸 팔았어. 이런 생활 누가 하고 싶겠어. 내 몸뚱이가 아픈데. 아이 군대보내놓고 빚은 갚아야 되고 당장 또 먹고살아야 되고. 화류계 병이 있어. 겉은 멀쩡해도 정신상태부터 안돼"라고 토로했다.

(제주=뉴스1) 고동명 기자  kd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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