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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쉬긴요, 명절이 가장 바쁜데…" 하늘 귀성길을 지키는 사람들
  • (제주=뉴스1) 홍수영 기자
  • 승인 2019.09.13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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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 연휴를 앞둔 지난 11일 제주국제공항에 착륙한 항공기를 대한항공 항공정비사들이 살펴보고 있다. 이들은 추석도 반납하고 승객들의 안전한 귀성길을 위해 근무할 예정이다.2019.9.13/뉴스1© 뉴스1 오현지 기자

"추석에 쉬긴요, 명절이 가장 바쁜 날인데요. 우리뿐만 아니라 다른 공항 직원들도 가족들과 같이 명절 보내기는 어려울거예요."

지난 11일 오후 제주국제공항에서 만난 현미순 지상조업 객실팀 차장(54)은 설날에 이어 이번 추석도 활주로에서 보낼 예정이다.

현 차장은 12일부터 15일까지 추석 연휴 동안 35여 명의 직원들과 함께 420편 이상의 항공기 객실을 청소할 예정이다.

올 추석 연휴기간 제주공항을 통해 제주를 오가는 귀성객 및 관광객은 17만9000명으로 예상되고 있다. 제주공항에 하루 260편 꼴로 항공기가 착륙하고 4만4000명 이상이 입도하는 셈이다.

이처럼 제주의 길목인 제주공항이 바쁘게 돌아갈수록 뒤에서 묵묵히 자신의 책임을 다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은 승객들을 위해 뛰어다니기도 하고 안전을 위해 항공기 곳곳을 살피는가 하면 공항 이용객들의 발길이 닿는 곳마다 불편함이 없도록 쓸고 닦고 카트를 나르느라 동분서주한다.

추석 연휴를 하루 앞두고 만난 현 차장 역시 시민들의 즐거운 명절을 위해 구슬땀을 흘리고 있었다.

현 차장은 "이 일을 시작한지 21년째로 가족들이 이해해주지만 그래도 많이 미안하다"면서도 "내가 쉬게 되면 다른 직원들이 더 힘들어지니 어쩔 수 없다"고 덧붙였다.

현 차장은 함께 일하는 동료들과의 남다른 팀워크를 자랑하며 "청소 시간이 길어야 소형항공기는 15분, 대형 항공기는 20분 내외이다 보니 정말 바쁘게 돌아간다"고 말했다.

그를 비롯한 객실팀은 승객들이 내린 후 다음 승객들의 탑승 전 사이 좌석에 버려진 쓰레기 수거부터 쏟아진 음료수 정리, 머리받침 교체, 좌석 시트 청소 등 항공기 구석구석 눈에 보이지 않는 곳까지 청결한 상태를 만드는 데 온힘을 쏟는다.

일이 고되지만 보람도 있다고 현 차장은 전한다. 그는 "청소를 마친 후 깨끗해진 항공기를 돌아볼 때의 뿌듯함은 말로 다 할수가 없다"며 "승객들은 자신의 좌석 한 자리만 보기 때문에 어느 곳 하나 소홀히 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객실팀이 항공기 안에서 동분서주하는 동안 항공기 밖에서도 눈과 손이 바쁜 이들이 있다. 바로 안전한 비행을 위해 점검에 점검을 더하는 정비사들이다.
 

12일부터 시작된 추석 연휴 제주국제공항에서 승객들의 안전한 귀성길을 위해 구슬땀을 흘리는 사람들이 있다. 사진 왼쪽부터 신지원 대한항공 탑승수속팀 과장, 현미순 지상조업 객실팀 차장, 김진석 대한항공 항공정비사.2019.9.13/뉴스1© 뉴스1 홍수영 기자

김진석 대한항공 항공정비사(49)는 "승객들이 안전하게 고향에 오갈수 있도록 최대한 안전을 확보하는 게 우선"이라며 "정비사 대부분이 명절은 성수기라 고향집에 가지 못한다"고 말했다.

제주에 내려온지 1년차인 김 정비사는 "부모님께는 찾아뵙지 못해 죄송하다고 전화를 우선 드렸다"고 밝혔다.

그는 "부모님은 나중에라도 따로 찾아뵙기도 하지만 형제자매들과 다같이 볼 수 없으니 아쉽다"며 "1년 이상 못 볼 때도 있어 부모님 생일 등에 시간을 맞춰 만나기도 한다"고 고충을 털어놨다.

제주에 있는 정비사들 대부분은 타 지역에서 온 근무자들로 명절날 가족들 보기는 더 어렵다는 게 그의 전언이다.

김 정비사는 "가족들을 만나러 가지 못하는 동료들끼리 따로 모여 간단히 이야기를 나누며 아쉬움을 달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그럼에도 모든 정비사들은 내 가족이 탑승한다는 자세로 항공기를 살펴보고 있다"며 "성수기 때는 특히 더 철두철미하게 점검을 하게 된다"고 강조했다.

한편 승객들의 해결사 역할을 하는 이들도 있다. 승객들의 비행기표 발권과 탑승 등을 돕는 지상승무원들이다.

입사 25년차의 베테랑 지상승무원인 신지원 대한항공 탑승수속팀 과장(47)은 "공항에서 오가는 승객들을 보다보면 부모님은 물론 친척, 조카도 보고싶은 건 어쩔 수 없다"고 말했다.

그 역시 명절 연휴마다 대부분 공항에서 근무를 하며 보냈다. 그는 "어떤 설날엔 공항에서 일을 하다가 조카를 만나 세뱃돈을 주기도 했다"며 웃지못할 에피소드를 전했다.
 

추석연휴를 하루 앞둔 11일 오전 김포공항발 대한항공 1209편을 타고 제주공항에 도착한 관광객과 귀성객들이 비행기에서 내리고 있다.2019.9.11/뉴스1 © News1 오현지 기자

올 추석도 반납한 신 과장은 "동료들과 서로 양보하면서 휴일을 조정하고 있는데 올해엔 13일 새벽 근무를 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명절 전날인 12일에는 명절 음식을 만드느라 바쁠 거라 말했다.

여성 승무원이 많은 지상승무원들은 일도 하랴 아내, 며느리로서 역할도 하랴 바쁜 명절을 보내는 속에 서로 든든한 버팀목이 되주기도 한다.

신 과장은 "각자의 가풍에 따라 명절 당일 휴무를 양보해주기도 하고 오후 근무자들이 오전팀을 위해 명절 음식을 싸갖고 와 나눠 먹기도 한다"고 전했다.

신 과장과 같은 지상직 탑승수속팀은 오전과 오후 각각 30여 명씩 근무하며 하루 수천명 승객들의 항공기 탑승을 돕고 있다. 그가 근무하는 대한항공은 12일부터 15일까지 8만명 이상의 항공기 좌석을 공급할 예정이다.

이처럼 수많은 사람을 접하다보니 잊지 못할 사연도 있다.

신 과장은 "명절이면 부모님이 싸주시는 음식 등을 거절할 수 없어 잔뜩 들고 오시는 분들이 많다"며 "요즘은 역귀성객도 많은데 제삿상에 올릴 음식이라고 무거운 짐을 굳이 항공기에 직접 들고 타는 어르신들을 보면 마음이 많이 쓰인다"고 말했다.

그는 "오래전 한 승객분이 아주 귀한 꿀이라며 큰 통 두개에 가득 채워서 들고 오셨는데 그대로 하늘에 올라가면 터질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며 "설득 끝에 어렵게 꿀을 사발면 컵과 물병에 나눠서 수화물로 부칠 수 있도록 도와드린 일이 기억에 많이 남는다"고 전했다.

그는 "추석 명절에 가족들을 만나지 못해 아쉽지만 승객들의 안전하고 즐거운 귀성길을 돕는다는 마음으로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제주=뉴스1) 홍수영 기자  gwi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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