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7호 태풍 '타파(TAPAH)'가 들이닥친 22일 오후 제주 대표적인 관광지인 용두암 주차장.

평소라면 휴일 관광객으로 북적였을 이곳에 거센 바람과 빗소리만 가득했다.

중국인으로 보이는 관광객 6~7명이 강풍에 휘날리는 일회용 우비를 쓴 채 힘겹게 발걸음을 옮기고 있었다.

아름다운 제주 바닷길의 정취를 느낄 수 있는 용담 해안도로도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집채만한 파도가 바위에 부딪혀 산산조각 나면서 바닷물이 도로까지 튀어왔다. 바닷가로 내려가는 통로나 전망대도 모두 출입이 통제됐다.

자동차와 관광객으로 붐비던 카페와 음식점은 한산했다. 아예 문을 닫고 하루 장사를 포기한 곳도 있었다.

산간에 하루에만 400㎜ 이상의 비가 내리면서 평소 건천이던 제주시 주요하천은 파도를 방불케하는 물살이 거세게 흘렀고 수위도 점차 오르고 있다.

태풍이나 폭우때마다 하천이 범람할까 노심초사하는 제주시 동문시장 남수각 일대도 안전조치를 하는 소방관들을 제외하면 사람이 눈에 띄지 않았다.

상가도 대부분을 문을 닫았고 동문시장 공영주차장도 폐쇄됐다.

한 시장상인은 "괜히 문을 열었다가 피해가 생길 수 있어 오늘은 일찍 장사를 마무리했다"고 전했다.

이날 제주는 하루종일 먹구름이 껴 오후 1~2시인데도 저녁인지, 낮인지 분간하기 어려운데다가 비바람이 거세 도심지조차 한적한 풍경이었다.

도심권에도 20~22일간 누적강수량이 노형 443.5㎜, 신제주 368.5㎜ 등 많은 비가 쏟아졌다.

제주대학교 사거리 일부 차선과 부민장례식장 인근 도로 등은 침수로 도로가 통제돼 차들이 우회해야 했다.

바람도 고산 초속 29.9㎜, 성산 24.7㎜, 제주 24.2㎜ 등 강하게 불고 있다.

건장한 남성도 제대로 걷기 어려울 정도였다.

정모씨(32)는 "내 신장이 180㎝, 몸무게가 85㎏인데 강풍이 부니 몸이 휘청거리더라"며 "여성이나 노인들이었다면 넘어져 다칠수도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가을장마에 태풍 '링링', 태풍 '타파'까지 연이은 재해에 제주 농민들은 허탈함을 갖추지 못하고 있다.

한림읍에서 양배추 농사를 하는 고모씨(43)는 "가을장마와 태풍 링링때문에 파종시기를 놓쳐버렸고 어쩔수없이 추석 연휴기간을 틈타 파종했는데 또 태풍이 와서 피해 정도를 가늠조차 하기 어렵다"며 하소연했다.

태풍 '타파'는 현재 서귀포 동남쪽 약 90㎞부근 해상을 지나 여수 해상으로 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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