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의회가 제주 제2공항 건설사업 공론화를 직접 추진하겠다며 준비작업에 시동을 걸었지만 내부 균열과 시간 부족 등의 문제로 최종 권고안 도출까지 험로가 예상된다.

특히 도의회가 자체 예산·인력 부족 문제로 자신들의 공론화 요구를 거부한 제주도에 울며 겨자먹기식 협조까지 구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하게 되면서 연이어 체면을 구기고 있다.

◇의장·의회 민주당, '공론화 지원 특위' 구성 추진
김태석 도의회 의장(더불어민주당·제주시 노형동 갑)과 박원철 도의회 민주당 원내대표(제주시 한림읍·도의회 환경도시위원장)는 최근 '제2공항 건설 갈등 해소를 위한 도민 공론화 지원 특별위원회 구성 결의안'을 공동 발의했다.

이는 지난달 24일 제367회 임시회 제2차 본회의에서 '제주 제2공항 관련 도민 공론화 등을 요구하는 청원의 건'이 통과된 데 따른 후속조치다.

당시 해당 안건을 통과시키며 도에 공론화를 추진하도록 하거나 도가 이를 수용하지 않을 경우 직접 공론화를 추진하기로 했던 도의회는 지난 2일 도가 최종 불수용 입장을 밝힘에 따라 직접 공론화를 추진하는 방안을 모색해 왔다.

이번 결의안을 보면 특위의 인원은 7명 이내, 활동 기간은 6개월, 업무범위는 Δ공론화 추진 계획 수립 Δ공론화 민간위원회 구성·운영 지원 Δ공론화 추진 과정 실무 지원 Δ공론화 결과(권고) 결의안 채택으로 명시됐다.

박 원내대표는 "최근 (국토부·환경부 간 협의 등) 물리적인 일정과 도민 의견을 최대한 수렴하겠다는 취지의 국토교통부의 국감 답변을 감안하면 예정됐던 10월 중 제2공항 기본계획 고시는 상당히 늦어질 것으로 보인다"며 "이에 따라 도의회도 8일 오후 민주당 주도로 급하게 움직이게 됐다"고 결의안 발의 배경을 밝혔다.

◇시간 촉박한데 민주당 내부 균열까지 '발동동'

이처럼 도의회가 공론화를 서두르는 이유는 국토부가 제2공항 기본계획을 고시하기 전에 해당 기본계획에 공론화 과정을 거친 권고안을 반영시키기 위함이다.

현재 국토부가 기존 '10월 중 기본계획 고시' 방침에서 한 발 물러서긴 했지만 시점이 정해지지 않은 상황에서 일차적으로 공론화 지원 특위 활동기간을 6개월로 정한 도의회 입장에서는 여전히 시간이 촉박한 셈이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애초에 공론화 시기가 늦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에 박 원내대표는 "그동안 5분 발언과 현안질의 등을 통해 다각적으로 노력했으나 도가 움직이지 않았다"며 "상당히 아쉽고 답답한 부분"이라고 항변하기도 했다.

단기적으로 보면 이번 결의안이 당장 15일 개회하는 제377회 도의회 임시회 본회의를 통과할 수 있을 지도 미지수다. 제2공항 공론화 자체를 곱지 않게 보는 의원들이 적지 않은 데다 민주당 내부에서도 균열이 나타나고 있는 탓이다.

실제 지난달 24일 최초 공론화 요구 청원건 본회의 표결 당시 교육의원과 자유한국당, 바른미래당, 무소속 의원들이 무더기 반대표를 던진 데 이어 민주당 내에서도 반대·기권표가 나왔었다.

◇예산·인력부족 최대 난관…하반기 예산전쟁 예고

이번 결의안이 도의회 본회의를 통과한다고 하더라도 최종 권고안이 도출되기까지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 가장 큰 문제는 예산과 인력이다.

현재 도의회가 제2공항 공론화에 투입할 수 있는 예산은 2000만~3000만원 정도로, 지난해 10월 제주 녹지국제병원(국내 1호 영리병원) 개설 허가 여부에 대한 공론조사에 3억6000만원이 투입된 것과 비교하면 턱 없이 부족한 예산이다.

이렇게 되면 인력 확충도 어려워진다. 결의안에는 도의회 환경도시전문위원실(7명)이 업무지원 부서로 명시돼 있지만 현재 의회 일정과 대규모 개발사업 행정사무조사 등을 동시에 소화하고 있는 부서인 탓에 과부하가 걸릴 수밖에 없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벌써부터 공론화 민간위원회 보이콧 움직임도 일고 있다. 오병관 제주 제2공항 성산읍추진위원회는 "도민 갈등에 기름을 붓는 뒷북 정치에 참여할 생각은 추호도 없다"고 말했다.

도는 이번 공론화 과정에 예산 등 어떠한 지원할 계획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 원희룡 지사는 전날 오전 업무 브리핑 중 관련 질문에 "도의회에 제2공항 공론화 관련 도의 입장을 제출한 것이 전부다. 구체적으로 답변할 이유가 없다"고 잘라 말했다.

반면 도의회는 도가 예산을 지원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박 원내대표는 "힘을 합칠 마지막 기회"라면서 "행정사무감사, 도정질문, 내년 예산안 심사가 예정돼 있는 올 하반기는 도의회의 시간이라는 점만 말해 두겠다"고 '예산 전쟁'을 예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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