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제주도교육청은 학생들이 '평생 독서인'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창의적으로 생각하고 스스로 행동하는 방식의 다양한 독서교육사업을 펴고 있다. 이는 창의·융합형 인재 양성을 목표로 인문학적 소양 함양과 통합적 독서교육 활동을 강조하고 있는 2015 개정 교육과정과 맥을 같이 한다. 뉴스1 제주본부는 책 읽는 문화가 스며들고 있는 제주 교육계의 모습을 여덟 차례에 걸쳐 담는다.

여름의 끝자락, 막바지 더위가 한창이었던 지난 8월31일 오전 제주여자상업고등학교.

토요일이었던 이날 학교의 적막을 깬 건 '2019 같은 책 읽고 생각 나누기 독서교실'에 참가하고 있는 고등학생들이었다.

늦잠의 유혹을 이겨내고 교복 대신 편한 옷차림으로 아침 일찍 등굣길에 나선 이들은 저마다 책 한두 권씩을 들고 교실 두 곳으로 나누어 들어갔다.

20명은 진로 도서인 '사생활의 천재들', 나머지 20명은 인성 도서인 '지금은 없는 이야기'와 '어린 왕자'를 들고 각각 교실로 향했다.

4~5명씩 조를 꾸린 학생들은 어디선가 들려오는 새소리를 벗삼아 조용히 책을 읽기 시작했다.

가볍게 독서를 마친 뒤에도 학생들은 담당 교사의 지도 아래 인상적인 문장에 밑줄을 긋고, 궁금증이 생기는 페이지의 귀퉁이를 접으며 거듭 책을 들여다 봤다.

이어 조별 토론이 시작됐다. 학생들은 경쟁적이기보다 상호보완적인 분위기 속에서 좋은 질문을 찾고, 질문에 대한 서로의 생각을 나누며 시간을 보냈다. 정답이 없는 만큼 교사들도 학생들과 동등한 입장에서 자신의 생각을 솔직하게 폈다.

2시간 여 동안 진행된 이날 수업은 여기서 마무리됐다. 학생들은 일주일 뒤 같은 자리에서 '세상과 이야기 엮기' 등 비평활동과 '삶을 담은 이야기 만들기' 등 창작활동을 끝으로 전체 5주 간의 수업을 마무리하게 된다.

'2019 같은 책 읽고 생각 나누기 독서교실' 참가생들의 공통점이 있다면 자발성이 있다는 것이다.

단순 취미나 흥미, 교사 추천 등 저마다 이유는 다양하지만 여름방학 한 달간 매주 토요일 오전을 반납해도 좋을 것 같다며 직접 학교에 신청서를 써낸 이들이다.

이 때문에 수업의 준비·참여·집중도가 높을 수 있었다는 게 학생들의 설명이다.

강미선양(제주사대부고 2)은 "그동안 수행평가 때만 책을 읽곤 했는데 친구들이랑 함께 그런지 이젠 책을 읽는게 즐겁다"며 "독서교실이 끝나도 밑줄을 긋고, 인덱스(Index·색인)를 붙이고, 여러 번 생각하며 책을 읽게 될 것 같다"고 전했다.

수업 기간은 5주 정도로 짧지만 학생들의 성장 폭은 넓은 모습이다.

김현지 교사(한림고)는 "공상과학소설과 같은 생소한 장르에서도 학생들은 새로운 자극을 느끼고 이를 적극 표출하려고 했다"며 "'한 학기 한 권 읽기' 연계 활동이다 보니 도서 선정에 고민이 참 많은데 교사 입장에서도 신선한 경험이었다"고 말했다.

양원 교사(제주과학고)는 "각기 다른 학교에 재학 중인 학생들이기 때문에 사실 처음에는 데면데면해 하지만, 시간이 흐를 수록 책을 깊게 이해하는 과정을 통해 자신의 내면의 이야기를 확장해 나가는 모습을 엿볼 수 있었다"며 "학생들이 좀 더 솔직하게 이야기를 할 수 있도록 분위기를 조성하는 것이 제 역할이었다"고 전했다.

[이 취재는 제주특별자치도교육청의 지원을 받아 이뤄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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