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18일 오후. 제주시 도심지에서 조금 떨어진 주택가 한편에 3층짜리 건물이 보였다.

주소지만 보면 시내 중심지로 볼 수 있지만 대도로변과는 거리가 있어 다소 한적한 동네였다.

이 건물 3층에 약 45일 전 타 지역에서 제주로 명상길을 떠난 A씨(57·전남)가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됐다. 이미 숨진지 수십일이 지나 심하게 부패한 상태였다.

건물 2층과 3층은 명상수련원으로 사용되고 있다.

건물 주차장에는 승합차 한대가 한켠에 세워져있을뿐 텅 비어있었다.

굳게 잠긴 현관문 옆에는 우산꽂이에 주인을 알 수 없는 우산 서너개만 꽂혀있었다. 투명한 현관문 너머로 어지러진 슬리퍼와 어두컴컴한 실내만 볼 수 있었다.

시신이 발견된 3층 유리창은 환기 때문인지 활짝 열려있었다. 경찰이 현장을 발견할 당시 시신만있는 수련실에 선풍기가 돌아가고 있던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수련원 원장 B씨(58) 등 6명을 유기치사와 사체은닉 등의 혐의로 입건해 왜 A씨 사망을 신고하지 않고 장기간 방치했는지 수사 중이다.

이들이 A씨 시신을 닦고 주사기를 이용해 흑설탕물을 먹이는 상식밖의 행동을 했다는 소식이 전해져 도민사회를 놀라게 했다.

지역주민들은 이해하기 힘든 사건에 불안감과 의문감을 동시에 표했다.

수련원 인근에서 만난 한 주민은 "사람이 자주 드나들지는 않았던 것 같은데 밤 늦게까지 불이 켜져있기도 했다"며 "시신이 그렇게 오랜기간 있었다니 불안하고 무섭더라"고 말했다.

또 다른 주민은 "며칠 전 경찰차가 개(수색견)를 데리고 와서 뭔가 이상하다 했는데 시신이 방치됐는줄은 꿈에도 몰랐다"며 "평소 수련원에서 이상한 점을 느끼지는 못했다. 평상시 주차장도 비어있는 편이었다"고 전했다.

박모씨(39)는 "저녁에 해당 수련원쪽으로 운동다니는데 시신이 방치돼있었다고 하니 섬뜩해서 접근하기가 꺼려졌다"고 말했다.

경찰은 수련원 관계자들이 종교적인 신념이나 주술적인 목적으로 시신을 방치했는지 등을 포함해 A씨의 사인과 정확한 범행동기를 밝혀내는데 주력하고 있다.

경찰은 원장 B씨 등 범행 가담 정도가 큰 3명은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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