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세계의 보물섬 청정 제주가 쓰레기로 시름하고 있다. 아름다운 오름 대신 쓰레기산이 쌓이고, 해안가는 플라스틱컵이 점령했다. 뉴스1 제주본부는 올해 연중 기획으로 제주의 제1가치인 '환경'을 택했다. 다양한 환경 이슈를 현장의 목소리를 담아 전달하고 그 안에서 자연을 지키고 사랑하는 사람들을 소개한다. [고치 Green 제주]는 '같이'를 뜻하는 제주어인 '고치'에 '가치'라는 중의적인 의미를 담아 녹색 제주로 가꿔나가자는 뜻이다.
 

'2016년 9월19일부터 종이박스 무상제공 중단'

지난 16일 오후 12시쯤 제주시 건입동에 있는 한 대형마트 앞. 입구 왼쪽 벽에는 고객에게 종이상자를 제공하지 않는다는 알림 현수막이 붙어 있었다.

그 앞으로 장을 본 시민들이 줄지어 카트를 끌고 빠져나오고 있었다.

카트에는 비닐봉투에 담긴 야채, 우유 등 식재료가 가득했다. 마트에서 구입한 종량제봉투도 있었지만 일회용 비닐봉투도 적지 않았다. 마트 내 비치된 야채용 비닐을 뜯어온 것이다.

미리 준비해온 장바구니를 사용한 사람들은 절반도 되지 않았다.

제주시 도남동의 다른 대형마트도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마트 내 과일코너에는 '장바구니 사용에 동참해 주세요'라고 적힌 안내판이 붙어 있었다.

그러나 계산대에서 일회용 비닐봉투를 뜯어와 물건을 담는 사람들을 쉽게 볼 수 있었다. 양손에 가득 물건이 담긴 종량제봉투를 힘겹게 들고 가는 사람들도 눈에 띄었다.
 

해당 마트들은 3년 전 제주도의 협조 요청에 따라 종이상자 무상제공을 중단했다. 고객들이 상자에 물건을 담아가도록 마련됐던 자율포장대는 다른 상품 진열대가 자리를 대신했다. 비치됐던 상자도 모두 치워진 지 오래다.

2016년 8월쯤 제주도는 도내 대형마트에게 공문을 발송해 "종이상자가 원형으로 배출되거나 상자 안에 다른 쓰레기를 혼합 배출하면서 클린하우스(쓰레기 배출장)가 넘침 현상 또는 불법 쓰레기 투기 장소로 전락돼 종이상자 무상제공 중단 등 개선방안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제주도내 이마트, 롯데마트, 하나로마트, 홈플러스, 뉴월드마트, 제스코마트 등은 종이상자 제공을 중단하기 시작했다.

당시 제주도는 보도자료 등을 통해 "종이상자 대신 장바구니 사용 활성화로 도민 친환경 생활 실천을 도모하겠다"며 "2016년 말까지 도내 중소형 마트로 정책을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처음 제주도민들의 반발은 적지 않았지만 3년이 지난 현재 대형마트에서 일부 관광객을 제외하고 종이상자를 찾는 사람은 거의 없다.

그러나 여전히 대부분의 중소형 마트는 자율포장대를 운영하고 있다. 대형마트 가운데 다시 종이상자를 제공하는 곳도 생겼다.

뉴월드마트 화북점은 지난 4월쯤부터 자율포장대 운영을 재개했다. 지난 16일 오후에도 고객들이 포장대에서 상자에 물건을 담고 있었다.

지난 4월 자원재활용법에 따라 비닐봉투 제공이 금지되면서 고객들의 민원 제기가 커져 어쩔 수 없었다는 입장이다.

마트 관계자는 "상자 제공을 중단한 후 장바구니를 들고오는 경우보다 봉투를 이용하는 고객이 급증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올해 정부 차원에서 비닐봉투 제공까지 금지되니 고객들의 불만이 커져 종이상자를 다시 꺼내놓게 됐다"고 말했다.
 

중소형 마트인 제주시 연동의 제주올레마트도 마트 한 켠에 종이상자를 쌓아 제공하고 있다.

3년 전 제주도의 협조 요청 대상에 포함되지 않았던 해당 마트는 2016년 말부터 종이상자를 제공하기 시작했다. 올해 4월 장바구니 500개를 자체 제작해 고객들에게 배포하기도 했지만 이를 사용하는 경우는 적다는 설명이다.

마트 관계자는 "정부나 제주도가 무작정 비닐이나 종이상자를 사용하지 말라고 강제할 것이 아니라 소비자들의 장바구니 사용 활성화를 위한 정책도 마련할 필요가 있다"며 "마트로서는 고객 불편을 모른 체 할 수 없는 고충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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