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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 키우는 평생독서]⑥"역사 관심없던 우리, 이제 영어동화책으로 만들어요"
  • (제주=뉴스1) 홍수영 기자
  • 승인 2019.10.26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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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제주도교육청은 학생들이 '평생 독서인'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창의적으로 생각하고 스스로 행동하는 방식의 다양한 독서교육사업을 펴고 있다. 이는 창의·융합형 인재 양성을 목표로 인문학적 소양 함양과 통합적 독서교육 활동을 강조하고 있는 2015 개정 교육과정과 맥을 같이 한다. 뉴스1 제주본부는 책 읽는 문화가 스며들고 있는 제주 교육계의 모습을 여덟 차례에 걸쳐 담는다.

지난 16일 오후 제주여자고등학교의 한 교실에서 '영어동화제작소' 동아리 학생들이 그림책 제작을 위한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 2019.10.25 /뉴스1 © News1 홍수영 기자
"이 부분은 구렁이가 좀 더 강조됐으면 좋겠는데?" "여기 표현이 좀 어렵지 않아?"

지난 16일 오후 제주여자고등학교의 한 교실. 다섯 그룹으로 나눠 앉은 학생들이 진지하게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지난 3월부터 모인 이 학생들은 '영어동화제작소' 동아리다.

올해 3·1운동 100주년을 맞아 역사 이야기를 쉬운 영어 그림책으로 풀어 전달해보자는 취지로 동아리에 모인지 어느덧 8개월. 그동안 쉼 없이 달려온 학생들은 책 출판을 목전에 두고 있다. 11월 중순 출판되는 책은 제주지역 학교와 독립서점 등에 배부될 예정이다.

책을 읽기만 하던 학생들은 직접 시나리오를 쓰고 그림책을 만드는 입장이 됐다. 이들은 자체 투표를 실시해 가장 많은 득표를 한 두 개의 이야기를 골랐다.

하나는 일제강점기 시대를 우화로 풀어낸 이야기고, 다른 하나는 역사에 관심이 없던 한 여학생이 변화해 나가는 이야기다.

일본을 구렁이로 비유한 우화는 초등학생을 위한 동화책으로, 여학생의 이야기는 중고등학생을 위한 그림책으로 만들어질 예정이다.

고등학교 2학년 23명과 1학년 1명 등 총 24명의 학생들은 이야기 구성부터 그림, 디자인까지 하나하나 직접 만들고 있다. 그림책의 크기와 종이 재질도 학생들이 직접 골랐다.

그러다 보니 이야기를 처음부터 새로 짜기도 하는 등 우여곡절도 많았다.

초등대본팀의 현유민·한혜진 학생은 "나무 하나 빼고 이야기가 다 바뀌었다"며 "여러 명이 서로 다른 의견을 맞추면서 영어 표현이 딱딱하지는 않은지, 17개 장면에 불필요한 부분은 없는지 조율할 게 많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막상 완성되니 우리가 봐도 너무 잘 썼다"며 "나중에 책으로 나오면 꼭 읽어보라고 추천하고 싶다"고 뿌듯해했다.

원래 동아리는 아니었지만 그림을 도와주기 위해 참여하게 된 신현수 이예림 학생은 "그림으로도 글을 잘 이해할 수 있도록 최대한 표현하는 데 색다른 재미가 있다"며 "팀으로서 다같이 의견을 내면서 맞춰나가는 게 좋다"고 설명했다.

동아리 학생들이 모두 처음부터 역사에 큰 관심이 있었던 것은 아니다. 그러나 책을 만들기에 앞서 좀더 역사를 배우기 위해 역사유적지를 탐방하고 도서관에서 관련 자료를 찾으며 생각이 바뀌게 됐다는 학생들도 많았다.

학교 축제에서 친구들의 역사에 대한 관심을 끌기 위해 부스를 운영하기도 했다. 독립선언문을 영어로 번역해 큰 게시물로 제작하고 태극기로 꾸민 부스는 학생들의 이목을 끌기에 충분했다.

지난 16일 오후 제주여자고등학교의 한 교실에서 '영어동화제작소' 동아리 학생들과 선생님이 그림책 제작을 위한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2019.10.25/뉴스1 © News1 홍수영 기자
박민이·이경선·이연우·임나영 학생은 "한 명이라도 더 역사에 관심을 가졌으면 하는 마음에 태극기 식빵을 만들었다"며 "독립운동가 배지는 잠깐 학교에서 유행일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고 뿌듯해했다.

초등대본팀의 최윤아 학생은 다른 친구들과 함께 모충사 항일유적지, 제주4·3기념비가 있는 유적지 등을 다녀왔다.

최 학생은 "그 전까진 역사는 좋아하는 과목 정도였다"며 "하지만 말로 역사를 기억하는 것과 체험하는 것은 많이 다르더라"라고 밝혔다. 그는 "유적지 중에 제주4·3 당시 한 엄마가 젖먹이 아이를 끌어안고 눈밭을 달리다가 토벌대에게 죽임을 당한 장면을 표현한 동상이 많이 기억에 남는다"며 달라진 마음가짐을 전했다.

중등대본팀의 고희주 학생은 "저도 그랬지만 청소년들은 3·1운동 100주년이라고 해도 흘려보낸다"며 "하지만 동화책을 준비하면서 관심을 갖게 되니 우리가 가만히 있으면 외국인은 더더욱 우리의 역사를 제대로 알지 못한 채 편파적인 정보만 믿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밝혔다.

학생들은 각자 다른 이유로 동아리에 모였지만 다같이 하나의 완성된 책을 만들고 있다는 뿌듯함과 기대감에 부풀어 있었다.

동아리에서 유일한 1학년인 이재희 학생은 "책을 읽기만 하던 입장에서 직접 만들려고 하니 생각보다 쉽지 않았지만 선배들이 많이 도와줬다"며 "책이 나오면 사촌동생들에게 꼭 보여주고 싶다"고 말했다.

"이 책 언니가 만들었는데 읽어볼래?"

[이 취재는 제주특별자치도교육청의 지원을 받아 이뤄지고 있습니다.]

(제주=뉴스1) 홍수영 기자  gwi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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