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여백
HOME 뉴스
불의 시작과 끝에 '화재조사관'이 있다…"억울한 피해 없길"
  • (제주=뉴스1) 홍수영 기자,오현지 기자
  • 승인 2019.11.08 07:00
  • 댓글 0
지난 7일 오후 제주소방서 양윤석(사진 오른쪽), 강성현 화재조사관이 나흘전 화재로 전소된 제주시 영평동의 한 주택에서 감식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2019.11.7/뉴스1© News1 오현지 기자
지난 7일 오후 제주도 제주시 영평동의 한 단독주택.

나흘전 화재로 까맣게 타버린 그 곳에 하얀 작업복을 챙겨입은 양윤석(44·소방장), 강성현(41·소방장) 소방관이 들어섰다. 이들은 제주소방서 현장지휘2팀 소속 화재조사관이다.

제57주년 소방의날(11월9일)을 앞두고 만난 양윤석, 강성현 화재조사관은 어디가 부엌인지 거실인지 분간할 수 없을 만큼 까만 재로 뒤덮인 곳에서 화재 원인 감식에 여념이 없었다.

조사관들이 무너진 싱크대를 옮기자 그 자리에는 형체를 구분하기 힘든 쇠뭉치가 널부러져 있었다. 쇠뭉치는 조사관들이 사전에 준비한 증거물 봉투에 담겼다.

두 조사관은 증거물을 들고 화재 현장 앞에 세워진 화재감식차량에 올라탔다. 증거물을 꺼내놓고 현미경 등 감식 장비로 꼼꼼히 살피기 시작했다. 조사관들의 눈빛에 긴장감이 맴돌았다. 며칠째 집에도 들어가지 못한채 찾고 있는 화재 원인의 작은 단서라도 될까 하는 마음에서다.

조사관들이 화재진압대와 함께 지난 3일 9시20분쯤 현장에 도착했을 땐 집은 이미 큰 불길에 휩싸여 있었다. 화재 당시 거주자는 물론 아무도 없는 빈집에, 전기요금 미납으로 전력까지 차단된 상태였다.

이번 화재처럼 현장이 불에 완전히 타버린 경우는 원인을 밝혀내기란 더더욱 쉽지 않다.

강성현 화재조사관은 "손으로, 때론 작은 삽으로 재를 하나하나 조심스럽게 긁어내며 감식 작업을 해야 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화재 원인을 명확히 규명하기 위한 작업을 게을리할 수 없다고 두 조사관은 입을 모아 말했다.

강 조사관은 "원인에 따라 피해자가 보상을 못받는 경우도 생길 수 있어 한 사람이라도 억울한 피해가 없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노력하고 있다"고 했다.

양윤석 화재조사관은 "제주도민들에게 화재 위험이 늘 가까이에 있다는 것을 알리고자 하는 사명감으로 일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화재조사관이란 직업이 사회적으로 많이 알려지지 않다보니 어려움도 따른다.

지난 7일 오후 제주소방서 양윤석(사진 오른쪽), 강성현 화재조사관이 화재감식차량에서 나온 증거물에 대한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2019.11.7/뉴스1© News1 오현지 기자
양 조사관은 "조사에 대해 거부반응을 갖는 피해자도 있어 필요성을 이해시키는 데 애를 먹기도 한다"며 "인력도 많이 부족하다. 저만 해도 지금 2주째 집에 가지 못했다"면서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제주소방관 중 화재조사관 자격증 또는 화재감식기사 자격증을 소지한 이는 총 55명으로 이 중 24명이 일선 소방서에서 화재조사 업무를 맡고 있다. 4개 소방서에 6명씩 배치돼 3교대 근무를 하고 있다.

화재 현장의 처음과 끝에는 늘 화재조사관이 있다.

화재조사관은 화재 발생 시 진압대와 함께 가장 먼저 현장을 찾는다. 그 순간부터 사실상 조사는 시작된다. 현장지휘를 지원하는 동시에 주변 심문 및 탐문을 통해 특이사항은 없는지 등을 파악한다.

화재가 진압된 후 현장에 남는 것도 그들이다. 현장 감식을 통해 화재 원인과 피해 규모 등을 밝혀내는 역할을 한다. 범죄 여부 가능성을 열어두고 경찰과 공조할 때도 있다.

최근에는 제주를 비롯해 전국적으로 교묘한 수법의 방화사건이 늘고 있어 화재 원인 감식이 까다로워지는 추세다.

제주에서 발생한 화재 가운데 방화사건 비중은 2016년 2.3%(574건 중 13건), 2017년 2.4%(751건 중 18건), 2018년 2.8%(636건 중 17건), 2019년 3.0%(528건 중 16건) 등이다.

김현길 화재조사관(44)은 "2017년 제주의 한 숙박업소에서 불이 났는데 화재 흔적이 특이했다"며 "조사를 해보니 천천히 불이 붙는 솜과 유리를 덮어놓고 몇시간 동안 화재를 지연시켰던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화재조사관들의 노력으로 최근 4년간 제주에서 발생한 화재 사건·사고 가운데 원인을 밝혀내지 못한 경우는 10% 안팎에 머물고 있다.

원인미상 화재사고율을 보면 2016년 17.9%(574건 중 103건), 2017년 10.9%(751건 중 82건), 2018년 13.5%(636건 중 86건), 2019년 9.1%(528건 중 48건) 등이다.

화재조사관의 역할과 전문성 강화 필요성이 강조되고 있는 이유다.

이와 관련 제주소방안전본부는 화재조사관 교육을 위해 외부강사 초청 강연을 개최하거나 파견을 보내 전문성을 키우는 등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지난 7일 오후 제주소방서 양윤석(사진 오른쪽), 강성현 화재조사관이 나흘전 화재로 전소된 제주시 영평동의 한 주택에서 감식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2019.11.7/뉴스1© News1 오현지 기자

(제주=뉴스1) 홍수영 기자,오현지 기자  gwin@news1.kr

<저작권자 © 뉴스1제주,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제주=뉴스1) 홍수영 기자,오현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icon인기기사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여백
여백
카드 뉴스
여백
기획
여백
프리미엄제주 킬러 콘텐츠
여백
여백
여백
여백
여백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