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제주도교육청은 학생들이 '평생 독서인'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창의적으로 생각하고 스스로 행동하는 방식의 다양한 독서교육사업을 펴고 있다. 이는 창의·융합형 인재 양성을 목표로 인문학적 소양 함양과 통합적 독서교육 활동을 강조하고 있는 2015 개정 교육과정과 맥을 같이 한다. 뉴스1 제주본부는 책 읽는 문화가 스며들고 있는 제주 교육계의 모습을 여덟 차례에 걸쳐 담는다.

7일 오전 11시45분 제주대학교사범대학부설중학교 2학년 6반 교실.

4교시 국어수업의 시작을 알리는 고유진 교사의 목소리에 학생들은 2학기 국어 교과서 대신 16쪽 분량의 '서평쓰기' 수행평가지를 책상 위에 올려 놓았다.

전날 1차시 수업에서 고 교사가 만든 추천도서 목록 중 내가 읽어보고 싶은 책, 친구들과 함께 읽어보고 싶은 책을 골랐던 학생들은 이어 한 학기 동안 같은 책을 읽을 친구들끼리 삼삼오오 짝을 지어 모둠별로 독서계획을 짜기 시작했다.

학생들이 고른 책은 이명랑의 '사춘기라서 그래?', 쿠로노 신이치의 '어쩌다 중학생 같은 걸 하고 있을까?', 이선주의 '창밖의 아이들', 김혜정의 '다이어트 학교', 마거릿 피터슨 해딕스의 '이 일기는 읽지 마세요, 선생님', 유은실의 '2미터 그리고 48시간', 이희영의 '페인트', 히가시노 게이고의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

독서계획 발표에 나선 학생들은 온·오프라인 서점이나 도서관 등을 통해 각자 책을 마련한 뒤 한 학기 동안 꼼꼼히 읽겠다며 저마다 포부를 밝혔다. "졸릴 땐 당을 충전할래요", "전 볼을 꼬집을 거예요"라는 각오에는 한바탕 웃음이 번졌다.

그렇게 수행평가지를 차곡차곡 채워나간 학생들은 자신이 읽을 책과 마음에 드는 독서 명언을 떠올리며 수행평가지 표지를 꾸미는 것으로 이날 수업을 마쳤다.

본격적인 수업은 이제부터다. 학생들은 앞으로 학기 말까지 이어지는 12차시 수업을 통해 Δ책 읽고 대화하기 Δ글감 만들기 Δ개요·소제목 작성하기 Δ서평쓰기 Δ모둠별 발표자료 제작하기 Δ모둠별 발표·소감문 쓰기 활동을 하게 된다.

이 중 핵심은 '서평쓰기'다. 고 교사는 학생들에게 아직 책을 읽어보지 못한 사람들에게 이 책이 어떤 책인지, 읽을 만한 책인지 충분히 전달될 수 있도록 한 편의 글을 쓰도록 했다.

감명 받은 부분, 말도 안 된다고 생각한 부분, 재미 없는 부분 등 책을 읽으며 기억에 남는 부분과 그 이유를 최대한 자세히 적고, 책의 구성이나 저자, 책과 관련된 세상일도 살펴보도록 했다.

책을 꼼꼼히 읽지 않고서는, 또 스스로 생각하는 시간을 갖지 않고서는 다소 어려울 법도 하지만 학생들은 마냥 즐거운 표정이었다.

가만히 앉아 교과서에 필기만 하는 국어수업보다 읽고 싶은 책을 읽고 친구들과 자유롭게 이야기하는 국어수업이 더 좋다던 학생들이었다.

노하연양은 "새롭기도 하고, 놀면서 배우는 느낌이 들기도 해 수업이 즐겁다"며 "이번 학기에도 재밌게 책을 읽을 수 있을 것 같다"고 활짝 웃어 보였다. 조현수양도 "수업시간에 읽고 싶었던 책을 읽을 수 있어 정말 좋다"고 했다.

고 교사는 '한 학기 한 권 읽기' 수업이 실질적인 학생 중심의 활동으로 진행될 수 있도록 하는 데 주안점을 두고 있다고 설명했다. 학생들의 성취감을 더욱 높이기 위해서다.

고 교사는 "교과서에 흔히 실리는 단편보다는 되도록 중·장편을 읽도록 권장하고 있는데 학생들이 '이 책을 끝까지 읽었어요'라며 뿌듯해 하는 모습을 볼 때 국어교사로서 큰 보람을 느낀다"며 "앞으로도 다양한 수업 모형을 연구해 나갈 것"이라고 전했다.

[이 취재는 제주특별자치도교육청의 지원을 받아 이뤄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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