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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따라 장기기증 원했던 아들…새생명 남기고 떠났죠"
  • (제주=뉴스1) 오현지 기자
  • 승인 2019.11.12 1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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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한라산에서 진행된 '신기한 가을산행'에 참가한 장기기증인, 이식인들이 한라산 정상에서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사랑의장기기증본부 제공) 2019.11.12 /뉴스1 ©News1

"생전에 아들이 내 모습을 보면서 장기기증을 해야겠다고 생각했었어요. 며느리도 흔쾌히 동의하게 돼 시신을 기증하게 됐죠"

12일 단풍이 곱게 물든 한라산 성판악 탐방로. 등산복을 맞춰 입은 단체 등반객 50여명이 줄지어 산에 오르고 있었다.

이들에게는 공통점이 있다. 모두 누군가에게 장기를 기증해 생명을 구했거나 다른 이에게 장기를 이식받은 사람들이다.

사랑의장기기증 운동본부는 이날 한라산에서 '신기한 산행' 행사를 진행했다. 신기한 산행은 신장을 기증한 사람들의 한라산 산행의 줄임말이다.

운동본부는 장기기증을 홍보하고, 장기기증·이식이 건강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사회적 편견을 해소하기 위해 이날 행사를 마련했다.

행사에는 장기기증인과 이식인 총 52명이 참여했으며, 부부·자매·부자 기증인 등 다양한 사연을 가진 가족 단위 기증인들이 다수 동참했다.

이날 참가자 가운데 오재철씨는 3대에 걸쳐 생명 나눔을 실천하고 있다.

오씨는 2000년 사고로 작은 아들을 잃었다. 하늘이 무너지는 아픔 속에서 오씨는 아들 시신을 기증하기로 결정했다.

누군가는 아들의 눈으로 세상을 보고, 또 누군가는 아들의 심장으로 힘차게 뛰길 바라는 마음에서였다.

1994년에 신장을 기증한 오씨를 존경해오던 작은아들도 평소 자신도 장기를 기증하겠다는 의사를 밝혔었다.

오씨 가족의 장기기증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오씨의 부모님, 큰아들까지 기증에 동참해 3대째 기증가족이 됐다.

오씨는 "생명나눔운동에 보람과 기쁨을 가지고 살아왔다"며 "신장이식을 한 후에 건강에 아무런 이상도 없고, 오늘 이 행사로 장기기증 참여자들이 늘어났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신기한 산행'에 참여한 장기기증인 송종선씨. 송씨는 다리가 불편함에도 장기기증을 널리 알리겠다는 일념으로 이번 산행에 동참했다. 2019.11.12 /뉴스1 ©News1 오현지 기자

송종선씨는 십수년전 당한 교통사고로 다리가 불편함에도 장기기증을 알리는 데 동참하고 싶다며 한라산 산행을 자청했다.

2006년 신장을 기증한 송씨는 "한쪽 팔을 잃고, 신장 투석을 받고 있는 분에게 신장을 기증했다"며 "오늘 산행으로 장기기증 홍보가 이뤄질 수 있다고 생각해 참여했다"고 설명했다.

사후 시신·안구 기증을 이미 약속한 송씨는 "복잡한 장기기증 절차를 간소화하는 법 개정이 속히 시작돼야 장기기증이 더 활발히 이뤄질 수 있을 것"이라며 정치권이 장기기증 문화개선에 힘을 실어줄 것을 당부했다.

장기이식으로 새 삶을 살게 된 이식자들은 건강하게 살고있는 모습을 직접 보여주는 게 곧 장기기증을 홍보하는 일이라며 이날 행사에 참여했다.

1998년에 신장을 이식받은 박순향씨는 "이식을 받은 후에도 건강하게 지내는 모습을 이렇게 앞서서 보여주는 게 보람된 일일 거라 생각해 참여했다"고 밝혔다.

이금복 사랑의장기기증 운동본부 상담국장은 “이식자는 물론 장기기증자들까지 한라산을 무리 없이 오를만큼 건강상 문제가 없다는 걸 보여주며 장기기증을 적극적으로 홍보하기 위해 마련된 행사”라며 “이날 행사로 장기기증에 대한 편견이 해소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제주=뉴스1) 오현지 기자  ohoh@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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