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차귀도 해상에서 화재로 전복돼 1명이 숨지고 11명이 실종된 대성호(29톤·통영선적)는 선박의 위치 등을 자동으로 알리는 AIS(Automatic Identification System)가 꺼지고 3시간이 지나서야 불길에 휩싸여 연기가 치솟는 모습이 주변 어선들에 의해 목격됐다.

풍랑특보가 내려진 거친 바다를 항해하던 어선이 외부와 연결되는 신호가 끊겼지만 해경에 화재 신고가 접수될 때까지 3시간 동안 왜 아무도 몰랐을까?

19일 제주해양경찰청에 따르면 대성호에 설치된 선박자동식별장치(AIS) 신호가 소실된 시간은 이날 오전 4시15분이다.

사고 신고가 접수된 차귀도 서쪽 76km 해역에서 남동쪽으로 5.5km 떨어진 지점이다.

아직 단정짓기는 어렵지만 현재로서는 화재가 발생한 것으로 유력하게 추정되는 시간대다.

그러나 해경은 대성호 신호가 소실되고 3시간 뒤인 오전 7시5분쯤 주변에 있던 다른 어선이 대성호 화재를 신고한 후에야 알게된다.

당시 대성호 화재를 목격한 A어선 선장은 "오전 2시50분까지 대성호와 작업을 같이하고 흩어졌다"며 "오전 5시30분에 일어나 교신을 시도했는데 답이 없었고 오전 7시쯤 연기가 치솟는걸 봤다"고 말했다.

AIS는 해상에서 선박 충돌을 방지하기 위해 장착되는 자동식별장치이다. 선박의 선명이나 침로, 속력 등 항행 정보를 자동으로 알려주는 항해 안전장비로 사용된다.

AIS는 그러나 대성호처럼 화재로 신호가 꺼질 경우 해경 등 외부에 자동으로 송신하는 기능은 없다. 해경이 대성호 사고를 사전에 인지 못한 이유다.

대성호가 합성수지를 함유한 강화플라스틱(FRP) 재질로 만들어진 것도 화를 키운 원인 중 하나로 추정된다.

FRP 재질의 선박은 알루미늄 선박에 비해 화재에 취약하고 연소하면서 유독성 가스를 배출한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기상악화로 신고 접수 후 해경 헬기 출동 시간도 늦어졌다.

해경 팬더헬기(B513호)가 오전 7시34분 제주국제공항에서 이륙했으나 초속 12~15m의 강풍이 정면으로 불어 40여분만인 오전 8시15분 현장에 도착했다. 평소라면 30분이면 도착할 수 있는 거리였다.

현재까지 대성호 승선원 12명(6명 한국인, 6명 베트남인) 중 한국인 선원 김모씨(58)가 오전 10시21분쯤 차귀도 남쪽으로 7.4㎞ 떨어진 해상에서 발견돼 구조됐으나 결국 숨졌다. 나머지 11명의 승선원은 여전히 실종 상태다.

해경은 19일 오전 7시5분쯤 제주 차귀도 해상에서 대성호가 불타고 있다는 주변 다른 어선의 신고를 접수했다.

해경이 헬기와 경비함정을 급파해 현장을 확인한 결과 오전 8시15분쯤 어선 선체 상부가 전소됐으며 오전 9시40분쯤 어선은 전복됐다.

대성호는 지난 8일 10시38분쯤 경남 통영항에서 출항해 조업한 뒤 18일 오후 8시35분쯤 통영항으로 돌아갈 예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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