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02 함정 상봉 5마일 전, 5002 함정 상봉 5마일 전."

제주시 차귀도 서쪽 해상에서 대성호 화재 전복 사고가 발생한지 사흘째 되던 21일 오전 6시 제주해경 경비함정 129정(100톤)이 취재진을 태우고 대성호 선체가 남아있는 사고해역으로 향했다.

제주항에서 출발해 약 7시간 만인 낮 12시50분이 돼서야 사고 해역이 눈에 들어왔다.

사고 해역에 가까워지면서 파도는 2.5m로 거세졌고 함정에서는 너울이 커 안전에 주의해야 한다는 방송이 계속됐다.

서서히 대성호의 선미(배 뒷부분)가 보이기 시작했다.

인양작업에 투입된 제주대학교 실습선 아라호에 묶여 있는 선체는 침몰하던 모습 그대로 수면 위로 간신히 떠올라 있었다.

1m 남짓 간신히 떠올라 있는 선체는 높은 파도가 칠 때마다 사라졌다 나타나기를 반복했다. 한눈에 보기에도 위태로운 모습이었다.

빨간색 페인트로 도색된 부분이 조금 보였지만 선체 대부분은 시커멓게 그을려 끔찍했던 화재 당시를 짐작게 했다.

베테랑 한국인 선원들과 젊은 베트남 선원 등 12명이 이 부근 해역에서 불과 사흘전 단잠대신 만선을 꿈꾸며 새벽까지 바다와 씨름하다 사라졌다.

파도와 너울이 높아 가까이 다가갈 수 없었지만 멀리서 보기에도 까맣게 탄 선체를 알아볼 수 있을 정도였다.

대성호는 2002년 4월 건조돼 선령이 17년된 근해연승 어선이며, 도면 기준 선박길이는 26m, 톤수는 29톤이다.

도면상 선체 가운데 조타실과 기관실이 위치하고 있다. 조타실을 중심으로 뒤쪽에 침실과 식당이 있다.

해경이 수중수색을 통해 육안으로 확인한 결과 엔진을 비롯해 시설 상당 부분이 유실된 것으로 추정된다.

해경은 선체 뒷부분 약 8m 정도만 남아 전체의 3분의 2가량이 훼손된 것으로 보고 있다.

대성호 선미 주변으로는 해경 단정 세 척이 근접해 수색 작업 중이었다. 선미에는 부력재를 달아 남은 선체가 가라앉는 것을 막았다.

선체 위에서는 다이버 서너 명이 올라가 인양 준비를 하고 있었다. 취재진이 도착했을 때는 선체를 인양할 해상바지선(975톤)은 도착하기 전이었다.

해경은 지난 20일 제주대학교 실습선 아라호(2995톤)을 투입해 선체를 끌어올리려다 기상 문제 등으로 중단, 크레인을 장착한 바지선을 투입했다.

이 바지선은 이날 오후 늦게 현장에 도착해 선체를 인양할 계획이다. 선체를 인양해 제주도로 돌아오려면 10시간 이상이 소요돼 대성호의 남은 선체를 눈으로 확인하려면 22일 오전쯤은 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실종자 11명 수색도 한창…부유물 소식도
실종자 11명을 찾기 위한 수색도 사흘째 이어지고 있다.

해경은 이날 수색구역을 확대해 신고 지점을 중심으로 동서 83㎞(45해리), 남북 83㎞(45해리) 해상에서 함선 25척과 항공기 9대를 투입했다.

"해상부유물 수거 1마일 전, 해상부유물 수거 1마일 전."

제주항에서 출발한지 4시간이 지난 오전 10시쯤 주변 해역을 수색하던 해군 헬기가 부유물을 발견했다는 소식이 떨어졌다.

헬기에서 보낸 GPS 신호를 따라 급하게 방향을 튼 129정은 부유물이 있다는 현장으로 향했다.

현장에 가는 동안 조타실에 있는 해경들이 망원경을 들고 해상을 주시했지만 나뭇가지나 해양쓰레기만 보일 뿐, 결국 대성호와 관련된 부유물을 발견하지 못했다.

129정이 못찾은 부유물은 2마일 떨어진 곳에서 303함정이 수거해 확인 중이다.

해경 관계자는 "부유물이 헬기처럼 하늘에서 보면 잘 보이지만 배에선 잘 보이지 않는다"며 안타까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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