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이 자신을 무시한다고 여겨 집에 불을 지른 60대에게 집행유예가 선고됐다.

제주지방법원 제2형사부(정봉기 부장판사)는 현주건조물방화 등의 혐의로 기소된 A씨(60)에게 징역 2년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했다고 3일 밝혔다.

재판부에 따르면 A씨는 2000년 11월 제주에서 제과점을 운영하다 실패하고 홀로 미국으로 떠나 불법체류자로 일을 하며 고향에 있는 아내와 딸에게 생활비를 보냈다.

18년만인 지난해 11월 미국생활을 정리하고 제주에 돌아오면서 가족들과 갈등이 시작됐다.

지난 7월8일 오후 3시쯤 A씨는 아내와 딸이 운영하는 화장품가게를 찾아가 딸이 대화를 피한다는 이유로 머리채를 잡고 폭행했다.

뒷날에는 아내에게 전화를 걸어 "집에 불을 지르고 있으니 알아서해라"며 이불에 불을 붙인 사진을 휴대전화로 전송하기도 했다.

A씨는 사흘 뒤인 12일 오후 8시20분 가족이 운영하는 가게를 찾아갔으나 만남을 거부당하자 임대해 살고 있는 집에 들어가 라이터로 옷과 침대에 불을 붙였다. 이 화재로 1억원 상당의 재산피해가 발생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의 범행은 자칫 대형 화재참사로 이이질 수 있었고 배우자와 친딸을 폭행 또는 협박하는 등 죄질이 좋지 않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다른 한편으로 피고인은 미국에서 가족과 떨어져 장기간 홀로 살며 가족에게 생활비를 보내주다 귀국했음에도 자신을 무시하고 재산까지 탕진했다는 생각에 갈등이 심화된 것으로 보인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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