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식을 잃은 50대 수련생을 방치해 숨지게 하고 시신을 장기간 숨긴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제주 명상수련원 사건의 피해자 사망시간이 쟁점으로 떠올랐다.

제주지방법원 제2형사부(정봉기 부장판사)는 5일 201호 법정에서 명상수련원 시신 방치 사건 첫 공판을 열었다.

이날 피고인 홍모씨(58)는 "피해자와 유족에게 죄송하다"며 고개를 숙였다.

홍씨는 지난 9월1일 오후 자신이 원장으로 있는 도내 한 수련원에서 수련생 A씨(57)가 의식을 잃고 숨질 때까지 119 신고 등 별다른 조치를 하지 않은 혐의다.

검찰은 타살 정황이 없는 부검결과 등을 토대로 A씨가 심근경색이 일어나 숨진 것으로 보고 있다.

홍씨는 "기적을 일으켜 살려내겠다"며 외부에 알리지 않고 다른 수련원 관계자들과 함께 시신을 한달 보름간에 숨긴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홍씨는 숨진 A씨에게 설탕물을 먹이고 시신을 에탄올으로 씻는 등 상식밖의 행동을 한 것으로 확인됐다.

홍씨는 "A씨가 죽은 게 아니다. 깊은 명상에 빠져 있었다. 처음 발견 당시에도 명상하는 자세로 앉아 있어서 다리를 펴 눕혔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수련원에서 종교적이거나 주술적인 행위를 했다는 증거는 확인되지 않았다.

법정에 선 홍씨와 변호인은 사체은닉 혐의는 인정했지만 유기치사 혐의의 경우 A씨의 사망 시간을 다시 한번 검증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수련원 원장인 홍씨에게는 수련원 이용자인 A씨를 구호할 법적인 의무가 있다.

홍씨가 발견할 당시 A씨가 이미 숨져 있었다는 게 입증된다면 유기치사 혐의가 적용되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이같은 주장은 피해자가 죽은 게 아니라 명상에 빠져있는 줄 알았다는 홍씨의 진술과는 배치돼 향후 쟁점이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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