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를 기업에 채용해 달라고 청탁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무죄를 선고받은 전·현직 공무원들에게 판사가 따끔한 충고를 했다.

제주지방법원 제2형사부(정봉기 부장판사)는 제3자 뇌물수수 등의 혐의로 기소된 제주도 전 서기관 A씨(55)와 사무관 B씨(55), 그리고 신화월드 랜딩카지노를 운영하는 람정제주개발 전 간부 C씨(50·여)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제주도 카지노 관련 부서에 근무하는 A씨와 B씨는 2017년 12월 랜딩카지노 확장·이전 인허가를 대가로 C씨에게 청탁해 B씨의 자녀를 람정제주개발에 채용시킨 혐의로 기소됐다.

A씨는 C씨에게 18만원 상당의 화장품과 기념품 등을 받은 혐의도 있다.

재판부는 2017년 11~12월 B씨 자녀 채용과 관련해 A씨와 C씨가 휴대전화 메시지를 주고받은 사실은 확인했다.

C씨는 이들의 연락을 받고 얼마 안돼 B씨 자녀를 채용했고 바로 다음날 랜딩카지노 변경이전 허가를 제주도에 신청했다.

당시 람정제주개발은 서귀포 중문 하얏트호텔에 있던 카지노를 복합리조트 신화월드로 이전할 계획이었다. 카지노 면적을 803㎡에서 5581㎡로 7배 확장하는 내용의 변경이전 허가를 받아 2017년 12월 중 도의회 심의를 거쳐 개장한다는 목표였다.

그러나 재판부는 "A씨가 도의회에 변경이전허가서를 늦게 제출해 결과적으로 12월 개장이 허사가 된 것으로 볼 때 대가성있는 부정한 청탁으로는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제3자 뇌물죄가 성립되기 위한 직무상 부정한 청탁이 없었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또 이들이 주고받은 메시지 내용만으로는 뇌물수수로 보기 어렵고 A씨가 C씨에게 받은 선물도 액수가 미미하다고 설명했다.

다만 C씨는 경찰 수사가 시작되자 B씨 자녀의 면접 평가표를 조작하도록 직원에게 지시한 혐의(증거위조 교사)가 인정돼 벌금 700만원이 선고됐다.

이 사건의 채용청탁이 법적으로 뇌물이 아니어서 무죄가 선고되기는 했지만 재판부는 공직자로서 도덕적인 행동은 아니었다고 피고인들에게 일침을 가했다.

공무원들이 피감기관이나 다름없는 민간기업 간부와 자녀 채용 얘기를 주고받은 것은 문제라는 것이다.

재판부는 "무죄를 선고하기는 했지만 피고인들의 행동이 죄가 되지 않는 것은 아니고 제3자가 봤을 때 깨끗한 행동이라고 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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