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가 제주에서 시범운영 중인 자치경찰 확대제도가 조직과 인력 운영에서 한계를 보여 치안 향상에 큰 도움이 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국회 입법조사처는 11일 발간한 '제주자치경찰 확대 시범운영 현황 및 개선방향' 보고서를 통해 현재 자치경찰 조직인력 구성은 국가경찰과 자치경찰 이원화 운영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2006년부터 전국 최초로 자치경찰제도를 운영 중인 제주는 그동안 국가경찰과 제주도 소속인 자치경찰의 업무가 분리돼 있었다.

제주자치경찰은 생활안전,교통, 환경사범, 식품위생, 관광 등 22개 분야의 업무를 해왔다.

문재인 정부가 100대 국정과제로 자치경찰을 전국으로 확대하기로 결정하면서 지난해부터 제주에 한해 국가경찰 사무를 자치경찰에 단계별로 이관했다.

3단계에 걸쳐 총 260명의 국가경찰이 파견됐다. 정부는 향후 전국적으로 국가경찰 4만3000명을 자치경찰에 이관한다는 계획이다.

제주경찰청과 자치경찰은 시범운영 결과 국가경찰은 112신고 출동 감소로 중대·긴급사건에 집중할 수 있고, 자치경찰은 비긴급 또는 일상적인 신고 처리를 분담해 전문성이 강화됐다는 입장이다.

◇"조직 및 인력, 실제 자치경찰 업무 고려 안해"
그러나 입법조사처는 국가경찰에서 이관되는 인력이 자치경찰 조직운영에 필수적인 인사, 예산, 서무, 감사, 정보통신 등을 고려하지 않고 추상적으로 산정했다고 지적했다.

실제 자치경찰이 수행해야할 경찰사무를 검증하지 않고 국가경찰인력의 36%라는 기준에 묶여 인위적으로 꿰맞췄다는 것이다.

이와함께 같은 지역내에서 지구대와 파출소를 이원화 운영하는 것은 신속한 현장대응 미흡, 중복출동 등의 문제가 발생하고 있어 비효율적인 측면이 있다고 꼬집었다.

주차자 난동신고(비긴급신고)를 받고 자치경찰이 출동했지만 현장에 도착해보면 소관이 아닌 폭행 및 상해사건 등으로 번지는 경우가 허다해 국가경찰이 재출동해야 하는 문제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가경찰과 자치경찰은 올해 9월 112신고 전담사무와 관계없이 최초 출동명령을 받은 경찰이 권한범위에서 현장 조치한다는 내용의 협약을 맺었으나 아직은 업무 경계가 모호한 실정이다.

교통사고, 가정폭력, 집회시위사범, 풍속사범, 외국인 범죄 등은 여전히 법률상 국가경찰의 권한이어서 자치경찰이 현장에 출동해도 사건 처리에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제주자치지구대와 파출소의 열악한 편성실태도 문제 삼았다.

현재 제주동부경찰서가 관할하는 지역의 경우 국가경찰은 9개의 지구대와 파출소에 순찰요원 226명과 순찰차 18대를 배치하고 있다.

반면 자치경찰은 같은 관할지역인데도 경찰서 조직도 없이 2개의 자치지구대와 파출소에 요원 59명과 순찰차 6대만 배치돼 업무수행에 어려움이 있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제주도는 국가경찰에서 자치경찰에 파견된 260명의 인사지휘와 감독권이 없어 확대 시범사무가 장기화되면 효율적인 추진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또 자치경찰로 이관할 범죄수사 범위가 불분명해 같은 범죄라도 지역에 따라 수사주체가 달라져 형사업무의 신뢰성이 떨어질 우려도 제기됐다.

입법조사처는 "이원화된 구조적인 차원에서 발생하는 본질적인 문제는 국가경찰과 자치경찰의 협력 체계만으로는 해소가 어렵다"며 "이원화 시범운영으로 기존보다 제주 치안이 획기적으로 향상됐다고 보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고 결론내렸다.

그러면서 지방자치의 본질을 고려해 자치경찰 도입 여부는 주민투표 등 주민들의 수용의사를 확인하는 절차가 필요하다며 안정된 치안시스템을 섣불리 재편하기보다는 사회적 합의와 공감 등이 우선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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