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하면 떠오르는 풍경 중 하나가 평소 타기 힘든 차를 대여해 새파란 하늘 아래 에메랄드빛 바다를 끼고 해안도로를 질주하는 모습이다.

그러나 제주에서의 낭만적인 드라이브가 비극으로 끝나는 사고가 적지않다.

제주 렌터카 교통사고는 2016년 526건, 2017년 521건, 2018년 531건이 발생했다. 최근 5년간 렌터카 교통사고 사망자 수는 34명이다.

전문가들은 관광객들이 초행길인데가 과속이 빈번해 렌터카 사고가 잦은 것으로 보고 있다.

상대적으로 제주는 대도시에 비해 운전하기가 수월할 것을 여겨 초보운전자들이 연습삼아 렌터카를 타거나 익숙하지 않은 다른 차종으로 운행하다 사고를 내기도 한다.

과속은 렌터카를 떠나 교통사망사고의 큰 원인으로 꼽힌다.

지난해 제주에서 렌터카를 포함해 일어난 전체 교통사망사고 37건 가운데 사고원인은 무면허 운전이 11건으로 1위, 과속은 8건으로 2위였다.

제주도가 렌터카 최고속도로 제한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는 배경도 이 때문이다.

◇법적 기반 마련…실현까지는 산 넘어 산
13일 제주도에 따르면 지난달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제주특별법 개정안 6단계 제도개선안에는 대여사업용 자동차의 최고속도제한장치를 부착할 수 있도록 도 조례로 정하는 내용이 담겼다.

현 자동차관리법에는 국토교통부령으로 정할수 있는 렌터카 속도제한을 특별법을 통해 제주에 한해 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도는 렌터카업계와 경찰 등을 대상으로 의견수렴과 협의를 거쳐 2020년 상반기에는 조례를 제정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렌터카 속도를 제한하는 장치를 부착하는 방식인데 전국적으로 유례가 없다.

부산시가 2013년 시내버스에 시속 80㎞ 이상으로 속도를 낼 수 없는 전자제어장치(ECU)를 설치한 사례가 있다.

또 현행법상 버스 등 승합차는 110㎞, 3.5톤 이상 화물차는 90㎞ 이상 속도를 낼 수 없는 속도제한장치를 설치해야 한다.

렌터카 사고를 예방해야 한다는 공감대는 있지만 인위적으로 속도를 제한하는 계획을 실현하려면 산 넘어 산이다.

과속을 예방하기 위한 속도제한이 오히려 교통흐름을 방해해 사고를 부를 가능성도 있어 안전문제와 일반차량과의 형평성 문제 등도 예상된다.

속도제한은 크게 두가지 방법이 있다.

하나는 제작단계부터 제조사가 속도제한장치를 부착한 렌터카 전용 차량을 만드는 방법이다. 하지만 제조사가 제주에 한정된 렌터카에만 속도제한장치 설치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또 다른 하나는 기존 렌터카에 속도제한장치를 다는 방법인데 이 경우 비용문제가 관건이다.

현재 속도제한장치 1대당 설치가격은 30만원선으로 알려져 있다. 제주에 등록된 렌터카 3만대에 이 장치를 모두 설치하면 90억원이라는 막대한 비용이 필요하다.

속도를 얼마까지 제한할지도 논의 대상이다.

도내에서 차량운행이 가장 많은 평화로에서는 2017년 7월부터 서귀포시에서 제주시 방면 13.8㎞, 올해 6월부터는 제주시에서 서귀포시로 가는 15.3㎞ 구간을 정해 평균 속도 90㎞를 초과하면 과태료를 부과하고 있다.

제주특별법 6단계 제도개선 과정에서도 최고제한속도로 90㎞가 거론됐었으나 향후 변경될 수는 있다.

렌터카 총량제에 이어 속도제한까지 추진되면서 관련 업계에서도 주목하고 있다.

렌터카 업계 관계자는 "만약 속도제한장치를 렌터카에 설치하다면 비용은 행정에서 부담해야 하지 않겠느냐"며 "속도제한장치를 부착한 렌터카는 향후 매각할 경우 제값을 받지 못할 수 있고 속도 제한에 관광객 민원이 제기될 수 도 있다"고 전했다.

제주도 관계자는 "아직은 렌터카 속도제한장치를 설치할 수 있는 법적 기반이 마련된 정도이고 앞으로 업계를 포함해 다양한 의견과 안전, 비용 문제 등을 검토해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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