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의 새해 예산이 5조8229억원으로 확정됐다.

다만 제주도의 '부동의'로 제주도의회 제2공항 건설 갈등해소를 위한 특별위원회(도의회 제2공항 갈등해소특위)의 예산이 새해 예산에 단 1원도 반영되지 못하면서 향후 제주도와 제주도의회 간 갈등의 골이 더욱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제주도의회는 이날 오후 제378회 도의회 제2차 정례회 제6차 본회의에서 이 같은 내용의 '2020년도 제주도 예산안'을 상정해 재석의원 36명 가운데 찬성 26명, 반대 8명, 기권 2명으로 수정 가결했다.

총 5조8229억원 규모의 해당 예산안은 도의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를 거치며 393억원의 사용처가 바뀌었다.

도의회 예결특위가 전기차 구입 보조금, 제주국제컨벤션센터 주식 매입비 등을 삭감해 감귤 소비 촉진 홍보·마케팅, 소상공인 지원, 민식이법 통과에 따른 교통사고다발지역 속도저감 시설 설치 등의 사업에 재편성한 것이다.

특히 도의회 예결특위는 예산 손질 과정에서 도의회 사무처에 편성된 '제2공항 건설 갈등 해소방안 연구조사 사무관리비'를 2억원으로 증액하기도 했다. 이 예산은 최근 본격 활동에 돌입한 도의회 제2공항 갈등해소특위의 핵심 예산이다.

문제는 지방자치법상 지방자치단체장의 동의 없이 지출 예산의 각 항목을 증액하거나 새 비목을 설치할 수 없다는 점이다.

그동안 제2공항 공론화에 대한 부정적인 입장을 지속적으로 피력해 왔던 원희룡 지사는 예상대로 이날 본회의에서 제2공항 건설 갈등 해소방안 연구조사 사무관리비 2억원에 대해서만 부동의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이 직후 이뤄진 표결 결과는 '가결'이었다. 별도의 당론 없이 일부 도의회 제2공항 갈등해소특위 소속 의원들만 개별적으로 반대표를 던진 것으로 확인됐다.

원 지사는 2020년도 도 예산안 의결에 따른 인사말에서 "여러가지 갈등으로 생긴 도민들의 마음을 보듬으며 도민 통합을 위해 더욱 분발하겠다"며 "의원 여러분이 주신 소중한 고견과 지적사항은 예산집행과정에서 충분히 반영해 실효성을 높여나가겠다"고 밝혔다.

다만 원 지사는 "그동안 관행적으로 의원들에게 10억원씩 배분해 왔던 예산을 2021년도 예산부터는 도민들에게 돌려드리겠다는 도의회의 대승적 결단에 진심으로 감사하다"고 발언했다.

이에 강민숙 도의회 제2공항 갈등해소특위 부위원장(민주당비례대표)은 원 지사 발언 도중 동료 의원들에게 "도의회를 걸레, 거지로 알고 있다. 도정에 앵벌이 할 일 있느냐. 특히 민주당 의원들 정신 좀 차려라"고 소리치며 퇴장하기도 했다.

일련의 상황에 김태석 의장(제주시 노형동 갑·더불어민주당)도 폐회사를 생략한 채 산회를 선포하며 불쾌감을 그대로 드러냈다.

김 의장은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원 지사를 겨냥해 "정말 치졸하다. 도의회의 몸부림을 꼭 이렇게까지 짓밟아야 하겠느냐"고 반발하며 "우선 도의회 일반사무관리비로 제2공항 건설 갈등 해소방안 연구조사 사무관리비 2억원을 집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밖에도 이날 도의회는 도의회 예결특위를 거치며 46억원 삭감·26억원 증액된 1조2061억원 규모의 2020년도 제주도교육청 예산안도 상정해 가결했다.

이와 함께 한국공항㈜ 지하수 개발·이용 기간연장 허가 동의안, 카지노업 갱신허가제 도입 촉구 결의안, 제주문화경관 보전 및 육성 조례안 등도 가결 처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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