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해군기지가 들어선 서귀포 강정마을에서 천연기념물 원앙이 잇따라 죽은 채 발견됐다는 목격담이 나오고 있다.

일부 주민들은 지난 10일 산탄총에 맞아 집단 폐사한 원앙이 발견되기 전부터 죽은 원앙 사체를 볼 수 있었다고 전했다.

강정마을 주민들에 따르면 원앙 사체가 강정천(도순천) 제2강정교 일대에서 발견되기 시작한 건 지난달 초부터다.

주민들에게는 일명 ‘난쟁이도’로 통하는 이곳은 원앙이 많이 서식하는 강정천 상류인 냇길이소에 있는 다리다. 현재 건설 중인 민군복합형관광미항(제주해군기지) 진입도로가 지나는 곳이기도 하다.

강정마을 환경단체 ‘더조은 일강정’ 회원 A씨는 “한달 반 전엔 머리만, 또 10일쯤 전에는 몸통까지 떨어져 있는 걸 봤다”며 “제 지인은 난쟁이도 인근 전깃줄 위에서 새들이 날아가다가 떨어지는 모습을 목격했다”고 말했다.

‘더조은 일강정’은 적지 않은 원앙 사체가 발견되자 이를 이상하게 여겨 자체적으로 원인 추적에 나섰다.

이들은 다리 인근에 설치된 통신 전깃줄을 주요 원인으로 추정하고 있다. 목이 잘린 사체들과 여러 가지 정황으로 보아 원앙들이 전깃줄에 부딪혀 떨어져 죽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더조은 일강정’ 관계자는 “사체가 발견되기 시작할 무렵 새로운 통신선이 설치됐다”며 “한국전력공사 측에 조사를 요구했다”고 설명했다.

◇총상 입은 원앙 사체 추가 발견…구식 총알 나와

이런 가운데 지난 10일에는 원앙 10여마리가 총에 맞아 죽은 채 발견돼 주민들을 놀라게 했다.

총상을 입은 사체가 발견된 제2강정교는 주택가로부터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이라 충격은 더 컸다.

신고를 접수한 한국야생조류협회 제주도지회는 현장에서 원앙 사체 6구를 수거해 제주대학교 야생동물구조센터에 부검을 의뢰했다. 또 날개가 부러진 1마리를 구조했다.

제주대 야생동물구조센터에 따르면 부검한 사체 1구에서 구식 산탄 총알이 나왔으며 다른 사체 5구에서도 총상이 발견됐다.

야생동물구조센터 관계자는 “이번에 수거한 원앙 사체 6구는 총상이 주요 사인으로 보인다”며 “몸통 안 총알은 현재 사용이 금지된 산탄 총알이다”고 말했다.

이에 불법 총기 소지 및 사용 범행일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고 있다. 원앙이 발견된 강정천 일대는 수렵이 금지된 곳인 데다가 천연기념물인 원앙은 포획자체가 불법이기 때문이다.

유해조수 구제용 총기가 사용됐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지난해 아프리카돼지열병 확산 방지를 위해 제주 수렵장은 문을 닫은 상태이지만 유해조수 구제용 총기는 사용이 가능하다.

제주지방경찰청에 따르면 도내 각 경찰서에서 보관 및 관리 중인 유해조수 구제용 총기는 총 597정(엽총 106정·공기총 491정)이다. 이 가운데 소지자가 사용하기 위해 보관을 해제한 총기는 13일 현재 총 21정이다.

경찰서별로 제주동부서 4정, 제주서부서 2정, 공항 15정 등이지만 서귀포서에서 보관이 해제된 총기는 없다.

사건을 수사 중인 서귀포서 관계자는 “제주도가 원앙 집단 죽음에 대한 수사를 의뢰한 만큼 철저히 원인을 밝혀 위법행위를 가려낼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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