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산탄총에 맞아 집단폐사한 것으로 추정됐던 천연기념물 원앙의 사인이 총상이 아닌 것으로 나타났다.

제주 서귀포경찰서는 현장에서 수거한 원앙 6마리를 부검한 결과 6마리 모두 목이 부러진 게 직접적인 사인이라고 17일 밝혔다.

또 가슴근육이 파열되는 등 내상을 입은 것으로 나타났다.

사체 안에서 총알이 발견된 원앙의 경우 최근에 총상을 입은 흔적이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해당 원앙이 이전에 총에 맞아 몸 속에 총알이 박혀있는 채로 생존해온 것으로 추정된다.

경찰은 목격자 진술 등을 토대로 원앙들이 강정천 인근에 있는 통신선에 부딪혀 숨진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은 수사 초기부터 원앙 사망 원인이 총상이 아닐 가능성을 염두에 둬왔다.

사체 발견 즈음 마을주민 가운데 총소리를 들은 주민이 없고 발사되면서 총알 수십개가 흩뿌려지는 산탄총인데도 현장에서 발견된 탄환이 없어서다.

실제 뉴스1 제주본부 취재결과 일부 주민들은 이번에 폐사한 원앙이 발견되기 전 부터 종종 죽은 원앙을 봤다는 목격담이 존재했다.

한국조류보호협회 제주도지회 관계자는 "원앙은 오래전부터 대를 이어 강정에서 살아왔는데 이처럼 한꺼번에 통신선에 부딪혀 죽은 경우는 매우 드문 현상"이라면서도 "다만 통신선이 최근에 생겼다면 전혀 불가능하지는 않다"고 말했다.

한국조류보호협회 제주도지회는 지난 11일 강정천 중상류 부근에서 원앙 사체 6구와 날개가 부러진 1마리를 수거했다. 현장에 심하게 훼손된 다른 사체들도 있었던 것을 볼 때 13마리가 죽은 것으로 추정했다.

사체 1구 몸 안에서 산탄총알 1개가 발견됐고 다른 사체에도 총알이 관통한 것으로 보이는 흔적이 있어 최초 발견 당시에는 누군가가 쏜 총에 맞은 것으로 추측됐다.

서귀포시 강정마을은 제주해군기지가 건설돼 지금까지 논란이 이어지는 지역이다. 원앙은 천연기념물 327호로 강정마을이 도내 대표적인 집단 서식지다. 전문가들은 현재 500여 마리가 서식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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