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유정으로 하여금 무섭다며 벌벌 떨게 했던 제주지검 고유정 사건 담당검사가 법정에서 피해자의 안타까운 사연을 소개하다 눈물을 삼켰다.

20일 오후 제주지방법원 제201호 법정에서 고유정 사건 11차 공판이 열렸다.

이날 구형을 하기 전 고유정 사건을 맡은 이환우 검사는 최종의견을 통해 그동안 제시된 증거와 범행동기 등을 다시 한번 설명했다.

고유정 사건 수사와 재판을 모두 맡은 이 검사는 고유정이 재판 도중 "저 검사님과는 대화를 못하겠다. 너무 무서워서"라고 울먹였던 인물이다. 재판은 물론 수사 과정에서도 얼마나 매섭게 고유정을 몰아세웠는지 짐작되는 대목이다.

세상을 놀라게 한 잔혹범을 떨게 한 이 검사지만 이날 법정에서 두어번 눈물을 참는 모습을 보였다. 이 사건이 아니더라도 검사가 법정에서 감정적인 모습을 보이는 것은 매우 드문 경우다

"살아있어야 억울한 일을 면한다"는 이국종 아주대 교수의 말을 인용하며 의견진술을 시작한 이 검사는 "피고인이 아무리 거짓으로 일관한다 하더라도 결국 진실앞에서 무릎을 꿇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나 하나 고유정을 가리키는 증거와 범행동기를 설명하던 이 검사는 피해자인 전 남편 강모씨(36)와 의붓아들 홍모군(5)의 사연을 얘기하다 차마 말을 잇지 못했다.

이 검사는 이날 강씨가 고유정의 범행 당일인 지난해 5월25일 이혼하고 2년만에 도내 한 놀이공원에서 아들을 만나는 장면이 담긴 CCTV를 공개했다.

강씨가 천천히 조심스럽게 아들에게 다가가더니 번쩍 들어올려 목마를 태워 부자가 환하게 웃는 모습이다.

이 검사는 그동안 많은 수사를 하면서 머릿속에서 잊히지 않는 장면이라고 했다.

이 검사는 "2년만에 아들을 만난 아빠의 심정은 어떨까. 와락 끌어안을 것 같지만 아버지는 서서히 발걸음을 옮기며 아들에게 다가간다. 훌쩍 커버린 아들의 모습이 낯설었는지, 언제 저렇게 커버렸나 하는 후회와 자책을 느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서 현 남편의 아들인 홍군의 사연을 얘기하면서도 "홍군은 태어난 지 석달만에 친엄마를 잃고 할머니 손에 자랐다. 또래보다 키도 작고 몸무게도 덜 나갔다고 한다"며 "밝고 해맑았던 홍군이 (살해당한)침대에서 얼마나 고통스럽고 두려웠는가 생각하면 마음이 무겁다"고 토로했다.

이 검사는 두 사람의 사연을 소개하며 두어 차례 말을 멈추고 눈물을 삼키는 듯 고개를 떨구기도 했다.

전 남편 강씨의 영상과 의붓아들 홍군의 사진이 법정에서 공개되자 이 검사는 물론 유족과 방청객들도 여기저기서 흐느꼈다.

이 검사는 "사형은 정상적으로 집행되지 못하는 우리법의 현실 누구보다 잘알고 있지만 고유정은 아들 앞에서 아빠를, 아빠 앞에서 아들을 참살하는 반인류적 범행을 저질렀다"며 사형을 구형했다.

검찰이 사형을 구형하는 순간 방청석에는 박수소리가 쏟아졌다.

이날 공판에서 고유정 변호인이 증거조사가 미미하다는 이유로 결심 연기를 요청해 최후진술과 변론은 다음달 10일로 늦춰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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