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남편·의붓아들 살해 혐의로 사형이 구형된 고유정(37)측이 증거조사가 미진하다며 결심공판 연기를 요청했다.

재판부는 납득하기 힘들다면서도 방어권 보장 차원에서 연기요청을 받아들였다.

20일 오후 제주지방법원 제201호 법정에서 열린 고유정 사건 11차 공판에서 고유정 변호인은 검찰의 사형 구형에도 불구하고 결심공판 연기를 요청하며 예정된 최후진술과 변론을 거부했다.

변호인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등에 요청한 사실조회 문서가 도착하지 않았다"며 "지금 변론을 하게 되면 피고인의 방어권 행사에 방해가 된다"고 기일 연기를 요청했다.

재판부는 그동안 충분히 방어권을 보장해줬고 예정된 일정을 준비하지 않은 것은 변호인 책임이라고 질타했지만 결국 요구를 수용했다.

다음 기일은 2월10일로 예정됐다. 이에 따라 2월 초중순으로 예상됐던 선고 역시 미뤄질 가능성이 생겼다.

이미 구속 후 200여 일간 사형 선고를 촉구하며 기다려온 피해자 유족들은 반발했다.

피해자인 고유정 전 남편 동생 강모씨는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공판 과정에서 피고인의 거짓말을 듣는 것은 고통이고 상상도 할 수 없는 절망"이라며 "오늘처럼 꼼수로 한 번의 공판을 얻어가는 행태에 대해 뭐라고 표현해야 할지 말씀드릴 수 조차 없다. 원활한 공판을 위해 앉아 있었지만 유족에게 험한 말을 하는 것을 보면서 지금도 손발이 떨리고 분하다"고 말했다.

유족 측 변호인인 강문혁 변호사는 "피고인 변호인이 납득되지 않는 이유로 최후변론을 거부한 사상 초유의 일이 발생했다"며 "본질은 검찰에서 잘 지적했고, 검찰이 구형했듯 법정 최고형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재판부는 기일을 속행해달라"고 요청했다.

고유정 현 남편인 홍태의씨 역시 "살인이 직접적이건 간접적이건 모든 게 드러났지만 반성의 의미도 없고 모든 것을 부정하는 것도 모자라 다시 공판과 최후진술을 미루고 있다"며 "기일이 미뤄졌다 해도 사형이라는 결과는 변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홍씨의 변호인은 "감정의 실효를 요청하는 것은 아예 최후 변론을 준비하지 않았다는 것이고 재판부의 교체를 바라고 있거나 추후 항소심에서 방어권을 보장받지 못한 것에 대해 주장하기 위해 시간을 끄는 것이라 본다"고 분석했다.
저작권자 © 뉴스1제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