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계그룹이 제주지역 면세점(보세판매장) 진출을 공식화면서 대기업이 운영하는 도내 외국인면세점의 명과 암이 재조명받고 있다.

제주에는 새롭게 도전장을 내민 신세계그룹 이전에 롯데와 신라가 신제주 연동 주요 상권지역에 외국인면세점을 운영하고 있다.

신라면세점은 1989년 8월, 롯데면세점 2000년 3월 개장했다.

이 대기업 면세점의 대결이 본격화된 것은 2015년이다. 롯데면세점이 서귀포 중문 롯데호텔에서 신라면세점과 불과 500m 떨어진 롯데시티제주호텔로 이전한 것이다.

중국 사드 보복으로 주춤한 듯했지만 황금알 낳는 거위 외국인면세점의 위력은 여전하다.

업계에서는 신라와 롯데 두 면세점의 최근 매출액 합산 규모를 2조원대로 보고 있다.

실제 국회 추경호 의원이 확보한 관세청 자료에 따르면 2017년 롯데면세점 매출은 4783억원, 신라면세점은 5792억원으로 총 1조575억원을 기록했다

2018년에는 롯데 7541억원, 신라 8679억원으로 총 1조6220억원으로 전년보다 매출이 껑충 뛰었다.

지난해 역시 9월 기준 롯데 7765억원, 신라 8990억원 등 총 1조6755억원을 기록해 전년도 전체 매출액을 넘었다.

2018년 제주관광 조수입 6조5390억원으로 사상 첫 6조원대을 넘어선 배경도 외국인면세점의 비중이 높은 것으로 분석된다.

전체 제주관광 조수입 가운데 외국인 조수입은 2조5090억원. 전년 대비 9830억원 64.4%가 증가했다.

여기에 또 다른 대기업인 신세계가 뛰어들면서 면세업계 '빅3' 경쟁이 실현될지 주목받고 있다.

신세계는 롯데와 신라 면세점이 위치한 제주시 연동 한 호텔부지에 면세점을 짓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 영업장 규모는 1만5400㎡다.

현재 제주도의 교통영향평가가 진행 중이며 무엇보다 정부가 제주에 신규 면세점 면허를 내줄지는 아직 장담할 수 없다.

그러나 대기업의 외국인면세점을 바라보는 도민 시선이 마냥 곱지만은 않다.

제주관광공사가 2012년부터 2018년까지 관광객 카드 지출액을 분석한 결과 외국인 관광객 카드 지출의 68%가 면세점에서 사용됐다.

외국인 관광객이 늘어나 지역 소상공인들에게는 '그림의 떡'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돈은 대기업이 벌고 부작용은 도민이 떠안고 있다는 볼멘소리가 나온다.

면세점을 찾는 중국인 보따리상 등이 인근에 버린 쓰레기들이 골칫덩이로 자리잡았고 특히 대형 면세점 3곳이 특정지역에 집중돼 교통문제가 더욱 심각해질 것이란 우려가 팽배하다.

제주도는 지난달 18일과 이달 17일 두차례의 신세계면세점 사업 교통영향평가심의에서 교통난과 주차난 해결책이 제시되지 않았다며 재심의 결정을 내렸다.

제주참여환경연대는 논평을 내 "신세계면세점은 현재도 교통 체증이 극심한 연북로와 신광로·노연로를 교통지옥으로 만들어 그 고통을 고스란히 제주도민에게 전가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1조원대의 매출액에 비해 지역환원은 미미하다는 지적도 꾸준하다.

제주도는 면세점 매출액의 1%를 관광진흥기금으로 납부하는 방안을 정부에 요구하고 있지만 형평성과 면세점 경쟁력 하락 등의 이유로 반영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홍성화 제주관광대 경영학과 교수는 "대기업들이 자발적으로 면세점 수익을 지역사회에 환원하는 방안이 가장 좋겠지만 그렇지않다면 법적 제도적으로 환원을 의무화할 수 있는 장치가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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