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연휴 마지막 날인 지난 27일 오후 8시55분. 늦어진 제주행 비행기를 타려는 승객들로 김포공항 국내선 1번 탑승구 앞이 북적였다.

평소라면 집으로 돌아가는, 또는 여행을 가는 사람들의 얼굴에 설렘과 기쁨이 가득했을 테지만 탑승구 앞은 그 어느 때보다 긴장감이 돌았다.

이날 오후 국내 네 번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우한폐렴) 확진자가 나왔다.

부모 손을 잡은 어린 아이부터 홀로 여행가방 옆에 선 60대 남성까지 모두 마스크를 쓰고 있었다. 마스크를 쓰지 않은 사람을 찾기가 더 어려울 정도였다.

중간중간 중국어로 대화하며 항공기를 기다리는 사람들도 눈에 띄었다. 이들은 최근 분위기를 의식한 듯 매우 조용히 속삭이며 대화했다.

탑승시간이 가까워지자 먼저 항공기에 오르기 위해 조종사와 객실승무원들이 탑승구 앞으로 나왔다. 이들의 얼굴에도 마스크가 씌워져 있었다.

그러나 항공기 입구에서 마주친 객실승무원들은 모두 마스크를 벗고 환한 미소로 승객들을 맞이하고 있었다. 항공기에서 승객들의 안전을 책임지는 승무원들이지만 정작 본인들의 안전은 지키지 못하고 있었다.

오후 11시쯤 제주 섬에 도착하기까지 대부분의 승객들은 마스크를 벗지 않았다. 빠른 속도로 퍼지고 있는 우한폐렴에 대한 우려와 공포가 얼마나 퍼져있는지 가늠케 하는 모습이었다.

항공기에서 내려 수화물을 찾으러 가기까지 제주공항 내 긴 통로를 통과해야 했지만 그 어디에도 감염병 확산 차단을 위한 장치는 없었다.

수화물 찾는 곳에 다다라서야 마주한 것은 구제역·조류인플루엔자 차단 방역을 위한 소독발판이었다.

하지만 수화물을 찾아 마지막 문을 통과하기까지도 발열검사 장치는커녕 우한폐렴에 대한 안내조차 볼 수 없었다.

공항 대합실로 나가자 마침 중국에서 출발한 직항편으로 제주로 도착한 중국인들이 속속 택시를 타러 발길을 서두르고 있었다.

제주도는 이날 원희룡 지사 주재로 긴급대책회의를 열고 우한폐렴 대응을 최상위 비상체제인 ‘심각’ 단계로 정했다.

제주도는 하루에도 수백명의 중국인이 찾는 국제관광도시인 점을 고려해 제주공항 검역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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