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한폐렴에 걸리는 것보다 중국인 관광객들 때문에 도민 발길까지 끊길까 그게 더 무서워요."

28일 오후 제주시 건입동 제주중앙지하상가. 여느 때와 다름 없이 중국인을 비롯한 외국인 관광객들이 쇼핑백 하나씩을 옆에 끼고 분주히 발걸음을 옮기고 있었다.

평소와 달라진 건 관광객들은 물론 상가 상인들 다수가 보기만 해도 답답한 마스크를 코 끝까지 올려쓰고 있다는 점이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우한폐렴)이 확산하며 제주 원도심 최대 상권인 중앙지하상가에도 마스크 행렬이 이어졌다.

이날 만난 상인들은 우한폐렴으로 인한 '제2의 메르스 사태'를 우려하고 있었다.

지난 2015년 메르스 사태 당시 중화권을 중심으로 여행 취소가 이어지고, 도민들의 소비가 위축되며 제주경제가 직격탄을 맞은 바 있다.

메르스와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사태 이후 얼어붙은 시장이 지난해부터 개별관광객을 중심으로 다시 부활 조짐을 보이고 있던 터라 상인들의 근심은 더욱 크다.

제주관광협회 등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기준 외국인 관광객은 157만8281명으로 전년도 111만명보다 42% 증가했고, 이 가운데 중국인은 98만4756명을 차지했다.

지하상가에서 간단한 요깃거리를 팔고 있는 박모씨(58)는 관광객 감소에 이어 중국인을 기피하는 내국인 손님까지 끊기는 '설상가상'의 상황을 걱정하고 있었다.

박씨는 "메르스 사태 때 중국인 관광객들은 물론 도민들까지 발길을 끊으면서 상가가 텅텅 비었었다"며 "지하상가에 중국인 관광객이 많다보니 도민들이 기피할 게 뻔한데 우리 같은 상인들은 타격이 있을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그는 이어 "이제 막 경기가 풀리나 싶어 활기가 돌기 시작했는데 다시 전염병이 유행해 답답하다"며 "오늘 기사를 보니 4~5월 쯤이 우한폐렴 절정기라는데 앞으로가 더 걱정"이라고 토로했다.

의류매장을 운영 중인 양창원씨(58)는 "아직까지 우한폐렴 때문에 손님 수가 줄어든 것 같지는 않다"면서도 "상가에 중국인 관광객들이 많다보니 상인들도 많이 불안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제주 속의 작은 중국'이라 불리는 제주시 연동 누웨모루 거리에도 역시나 마스크를 쓴 관광객들과 점원들이 가득했다.

누웨모루 거리의 한 화장품 매장 관계자는 "마스크를 쓰지 않은 관광객들도 있다보니 마스크를 단단히 쓰고 일하면서도 불안하긴 하다"고 우려했다.

그는 "본사에서 중국인 관광객들의 방문 비율이 높은 관광상권의 경우 고객 손소독에 신경쓰라는 지침이 내려온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처럼 우한폐렴 여파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당장 쓸 마스크를 구하기는 하늘의 별따기였다.

이날 찾은 한 편의점의 마스크 매대에는 바이러스 차단율이 상대적으로 낮다고 알려진 면 마스크 하나만이 덩그러니 남아 있었다.

인근 화장품 매장들에서도 식약처 인증을 받은 KF 마스크를 판매하고 있었지만, 그마저도 한두 개만 남은 채 텅 비어 있었다.

편의점 관계자는 "마스크를 매대에 채우기 무섭게 중국인 관광객들이 한 번 들어오면 물량을 전부 쓸어가다시피 한다"며 "어제까지는 마스크 물량이 정상적으로 발주됐는데 오늘부터는 재고가 소진된 건지 아예 물건이 들어오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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