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앞 8번째 택시는 어제 12시간 기다려서 그제야 손님 태웠잖아요. 30년 기사 생활 동안 이렇게 손님 없는 건 처음이에요"

코로나19(신종코로나)가 국내에 확산하기 시작한지 3주가 지나가고 있는 13일 오전 9시 제주국제공항 택시승차장.

5인 이상의 승객을 태우는 점보택시 10여대가 줄줄이 세워져 있었다.

현장에서 만난 점보택시 기사 현모씨(63)는 오지 않는 손님을 기다리는 동료 기사들과 담소를 나누고 있었다.

'코로나'라는 말이 끝나기도 전에 현씨는 "손님이요? 없어요, 없어. 오늘 저 맨 앞에 있는 택시가 새벽 6시에 왔는데 지금 세시간이 넘도록 못 나가고 있잖아요"라고 토로했다.

그는 코로나19 사태 이후 제주도 관광시장을 두고 "사드, 메르스는 비할 바도 없고 IMF 때보다 심한 상황"이라고 표현했다.

그는 "우리같은 점보택시의 경우 공항에서 승객을 태워야 시내로 나갈 수 있는데 손님이 없으니 공항에 하루종일 있을 수밖에 없다"며 "호텔에서 호출이 들어오는 경우도 있는데 호텔도 영업이 안 되니 이도저도 안 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점보택시 승차장 옆에 자리한 일반택시 승차장의 상황은 더욱 심각했다. 승차장에서부터 수백미터를 걸어도 택시 행렬은 끝날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택시기사 박모씨(67)는 "이 정도까지 택시들이 밀리진 않는데 코로나 이후엔 줄이 이렇게나 길어졌다"며 "맨 앞 승차장까지 가는데 빠르면 한시간, 늦으면 한시간 반이 걸린다"고 설명했다.

그렇게 기다려 손님을 태워도 답답한 상황은 끝나지 않는다. 박씨는 "한시간 기다려 손님 태웠는데 기본요금 거리만 가는 승객이 태반"이라며 "그렇게 되면 두어시간 동안 버는 돈이 3300원에 그치는 꼴"이라고 울상 지었다.

개인택시 기사 문중원씨(55)는 "어제는 성산에 있는 빛의 벙커에 갔었는데 거기도 관광객이 거의 없었다"며 "코로나 사태 이후 수익은 반토막 나고, 하루에 5만원만 벌어도 잘 버는 것"이라고 말했다.

문씨는 "관광객 뿐 아니라 시내에서 택시를 타는 도민들도 외출을 피하다보니 기사들이 거의 공항에서만 대기하는 상황"이라며 "기름 값을 내고나면 결국 남는 돈은 거의 없다고 보면 된다"고 토로했다.

택시와 함께 여행객들의 또다른 '발'이 돼주는 렌터카 업체 역시 코로나19 확산 이후 관광객이 뚝 끊기며 고전하고 있다.

평소 같았다면 온갖 관광지를 누벼야 할 렌터카들이 주차장 신세를 면치 못하는 것이다.

제주도자동차대여사업조합에 따르면 지난해 렌터카 평균 가동률은 79.9%였지만, 현재 가동률은 9.7% 대에 그치고 있다.

코로나19 이후의 매출 잠정치 역시 전년도에 비해 90% 이상 떨어졌다.

제주도자동차대여사업조합 관계자는 "예를 들어 작년에 손님 10명이 왔다면 지금은 1명 오는 정도에 그치는 수준"이라며 "그나마 희망적인 건 요 며칠 간 조금씩 승객들이 다시 들어오기 시작하고 있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도내 렌터카 조합은 렌터카 셔틀 방역을 매일 실시하는 등 청정이미지를 보존하기 위한 자구노력에 나섰다.

이 관계자는 "렌터카 업계 사정이 워낙 어려우니 한 캐피탈 업체에서는 6개월간 렌터카 차량 할부를 유예해주기로 했다"며 "이렇게 자체적으로 성과를 내다보면 극복할 수 있을 거라 믿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지난 11일 하루동안 제주를 찾은 외국인 관광객은 1003명으로 지난해 같은 날 대비 77.5% 급감했다. 내국인도 같은 날 하루 입도 관광객이 3만4883명에서 1만8922명으로 45.8% 떨어진 것으로 확인됐다.

코로나19 확산과 무사증 제도 일시 중단으로 얼어붙은 관광시장 회복을 위해 제주도는 '산업위기대응 특별지역' 지정을 정부에 건의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또 도는 이와 함께 위축된 관광업계 지원을 위해 사드사태 당시보다 2배 이상 확대된 5700억원의 관광진흥기금을 특별 지원한다고 이날 밝혔다.
저작권자 © 뉴스1제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