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교육청에서 일주일 사이 2020학년도 공립 중등학교 교사 임용후보자 선정경쟁시험 합격자가 두 번이나 뒤바뀌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제주도교육청은 이번 사태의 원인으로 담당자의 단순 실수에 무게를 두고 있지만 사실상 제주도교육청 검증 시스템의 총체적 부실이 이번 사태를 초래한 것으로 재차 확인되면서 역대 시험의 공정성에도 숱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최고 책임자인 이석문 제주도교육감은 네 문단으로 된 A4용지 한 장짜리 사과문만 발표한 채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

◇담당자 단순 엑셀·클릭 실수…화 키운 '부실 검증'

제주도교육청은 지난 7일 오전 10시 도교육청 홈페이지에 최종 합격자 공고문을 게시했다가 7시간 만인 이날 오후 5시에 다시 변경 공고문을 게시했다.

당일 오후 1시쯤 한 체육과목 응시자의 문제 제기로 성적 처리과정을 재검증했더니 체육과목 합격자 1명이 A씨에서 B씨로 뒤바뀌게 된 탓이다.

이와 관련해 고용범 제주도교육청 교원인사과장은 10일 오전 브리핑에서 담당자가 교육행정정보시스템(NEIS·나이스)에 성적 엑셀파일을 등록하는 과정에서 체육과목 실기평가 점수란에 이번 시험과 관계 없는 실기시험 점수를 잘못 드래그(Drag·마우스로 끌어오기)하는 바람에 이 과목 응시자들의 실기평가 점수가 모두 0점 처리돼 혼선이 빚어졌다고 해명했다.

당시 고 과장은 발견된 오류를 즉시 수정해 바로잡았고, 다른 과목도 모두 재검토해 이상이 없음을 확인했다고도 했다.

그러나 이는 사흘 만에 거짓으로 드러났다.

변숙희 제주도교육청 감사관은 13일 오후 긴급 브리핑을 열고 10일부터 12일까지 3일간 1차 시험 합격자 228명에 대한 성적 처리과정을 자체 감사한 결과 문제의 담당자가 체육과목 응시자 성적 엑셀파일 자체를 잘못 작성했다는 사실을 추가로 발견했다고 발표했다.

기존 4개였던 실기평가 과목 수가 올해 5개(필수 2·선택 3)로 늘어났음에도 기존 합계 산식을 그대로 적용하면서 선택과목 1개 성적이 전체적으로 누락됐다는 설명이다.

문제는 이로 인해 체육과목 합격자 1명이 B씨에서 C씨로 한 번 더 뒤바뀌게 됐다는 점이다. 도교육청은 이 브리핑 직후 또다시 재변경 공고를 내기에 이르렀다.

◇道 감사위에 감사 의뢰키로…자취 감춘 李 교육감

제주도교육청은 일단 다음주에 제주도 감사위원회에 감사를 의뢰하기로 한 상태다.

이와 관련 변 감사관은 13일 브리핑에서 '역대 시험을 공정하게 치렀다고 장담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 "그래서 도 감사위에 감사를 의뢰하겠다는 것"이라고 그 배경을 밝히기도 했다.

제주도교육청에 대한 신뢰도가 크게 떨어진 현 상황에서 더이상의 자체 감사는 사실상 무의미하다고 판단내린 것으로 보인다.

도교육청은 이와 별도로 이번 자체 감사 결과에 따라 관련자 문책 등의 적합한 조치를 취하는 한편, 해당 시험 관리체제를 전반적으로 검토해 개선대책을 마련하겠다는 방침이다.

이 같은 사상 초유의 중등교사 합격자 재번복 사태에도 이 교육감은 네 문단으로 된 A4용지 한 장짜리 대도민 사과문만 발표했을 뿐 여전히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

이 교육감은 사과문에서 "응시자와 가족, 도민들에게 큰 실망과 상처를 드린 데 대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며 "교육청은 지금의 상황을 엄중하고 무겁게 인식하고 있다. 그만큼의 책임감도 통렬히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이 교육감은 이어 "다시 신뢰를 세우고 안정적으로 구축하는 데에 최선을 다하겠다"며 "필요한 조치를 통해 문제를 면밀히 파악하고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거듭 사과했다.

제주도교육청은 피해자 구제책이나 개선 대책이 마련되는 대로 이 교육감이 직접 참석하는 자리를 마련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이번 자체 감사를 마무리하는 데에도 다소 시일이 걸릴 것으로 예상되고 있어 향후 '뒷북 대응'이라는 비판은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한편 제주도의회 교육위원회는 18일 오전 10시 제주도의회에서 제주도교육청을 상대로 이번 사태에 대한 긴급 현안보고를 받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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