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세계의 보물섬 청정 제주가 쓰레기로 시름하고 있다. 아름다운 오름 대신 쓰레기산이 쌓이고, 해안가는 플라스틱컵이 점령했다. 뉴스1 제주본부는 올해 연중 기획으로 제주의 제1가치인 '환경'을 택했다. 다양한 환경 이슈를 현장의 목소리를 담아 전달하고 그 안에서 자연을 지키고 사랑하는 사람들을 소개한다. [고치 Green 제주]는 '같이'를 뜻하는 제주어인 '고치'에 '가치'라는 중의적인 의미를 담아 녹색 제주로 가꿔 나가자는 뜻이다.

“폐지를 가져가질 않으니 쌓아 놓는 것 말곤 방법이 없어요. 수거업체가 한 번씩 와도 컨테이너가 넘치지 않을 만큼만 가져가니.”

지난 14일 오전 제주 제주시 일도2동의 한 아파트의 폐지 컨테이너는 발을 디딜 공간이 없을 만큼 가득 찬 상태였다. 창문까지 가려졌을 만큼 그야말로 ‘폐지 산더미’였다.

이곳처럼 민간업체를 통해 폐지를 처리하는 아파트는 제주시내 총 20여 곳으로, 대부분 비슷한 상황에 처해 있다.

지난 2018년 중국이 재활용 폐지 수입을 금지하며 촉발된 국내 폐지 공급과잉 현상은 제주 섬에는 직격탄으로 이어졌다.

업계에 따르면 제주지역 폐지 가격은 2018년 ㎏당 100원대에서 전국 최저 수준인 20원까지 떨어졌다.

폐지 가격 하락과 공급과잉 현상의 악순환이 반복되면서 제주지역 민간업체는 폐지 수거를 꺼리고 있고 결국 ‘폐지 대란’ 사태가 발생한 것이다.

◇3000톤의 ‘폐지탑’…“언제까지 쌓기만 하나”

제주시내 곳곳에는 지난 설 연휴를 전후로 폐지들이 쌓이기 시작했다.

대부분의 수거를 민간업체에 맡기던 제주시는 결국 직접 폐지 수거에 나섰다.

제주시에서 운영하는 공공처리시설인 제주환경시설관리소에서도 처리할 방법이 없어 폐지 수거차량은 모두 화북동의 한 위탁업체로 모이고 있다.

지난 14일 오전 뉴스1 제주본부가 현장을 확인한 결과 약 8264㎡(2500평) 규모의 야적장에는 하늘 높게 솟은 폐지 더미가 가득했다.

3000톤에 달하는 거대한 ‘폐지탑’은 높이만 건물 2~3층에 달했다. 뒤쪽에서는 줄줄이 도착한 수거 차량들이 폐지들을 계속 쏟아내고 있었다.

해당 업체는 올해 제주시와 계약을 맺어 폐지 수거를 담당하고 있지만,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당초 한 달 최대 물량을 1000톤으로 예상했지만 폐지 대란이 시작되며 하루 100톤 가까이 몰려들고 있기 때문이다.

정수원 대표(58)는 “제주도내 제지공장도 포화상태고 타 지역으로 보낼 수 있는 물량도 한계가 있다”며 “행정에서 신속히 해결책을 내놔야지 언제까지 이렇게 쌓기만 할 수는 없는 노릇”이라고 토로했다.

◇환경관리소는 ‘쓰레기산’…폐지에 폐목재, 폐비닐까지

상황은 제주시의 공공처리시설인 봉개동 제주환경시설관리소 역시 크게 다르지 않았다. 이곳에는 폐지 대란 이후 긴급히 수거한 약 470톤의 폐지를 임시 보관 중이다.

여기에 장시간 처리되지 않고 있는 폐목재와 폐비닐까지 쌓이고 있는 중이다.

오랫동안 쌓아온 폐목재 더미는 바로 옆 창고 높이를 훌쩍 뛰어넘는 높이의 ‘쓰레기산’을 방불케 했다.

지난해 10월 말 기준 약 2만3000톤에 이르며 모두 소각하는 데만 3년의 시간이 필요하다.

폐비닐의 경우 지난해 8월부터 판매 판로가 막히면서 관리소로 들어오는 물량 모두 야적하고 있다.

관리소 앞마당에 압축해 보관 중인 규모만 1000톤 이상으로 추정되고 있다.

제주도 관계자는 “폐지의 가격 하락과 처리난은 중국으로의 수출이 막히면서 제주뿐만 아니라 전국적인 현상을 겪고 있다”며 “다른 재활용 폐기물들도 도내에서는 소비가 어렵다보니 타 지역에서 처리가 가능한지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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