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 주민도 행복하고 관광객들도 행복할 수 있는 게 뭐가 있을까 고민하다가 플리마켓을 열게 됐어요.”

28일 협동조합형 마을인 제주시 조천읍 ‘제주조천스위스마을’에서 만난 방송인 허수경씨(49·여)는 가판대 앞에서 물건을 팔며 이 같이 말했다.

27일부터 29일까지 3일간 열리는 플리마켓 가보場(장)에 셀러로 참가한 허씨는 직접 만든 디퓨저(향수를 담아서 향기를 퍼지게 하는 인테리어 소품) 판매에 열을 올리고 있었다.

허씨는 “입주민들의 행복도 중요하지만 관광객들의 행복도 중요하기 때문에 함께 즐거울 수 있는 게 뭐가 있을까 고민하다가 조합에서 플리마켓을 기획하게 됐다”며 “입주민들이 제각각 재주가 많아서 셀러로 참여한 사람들도 많이 있다”고 말했다.

플리마켓 참가를 위해 3주 전부터 제품 만들기에 돌입했다는 허씨는 “평소 디퓨저를 만들어 써서 내가 하는 방식대로 만들어 팔면 되겠다 생각했는데 대량으로 만들다보니 쉽지 않더라”며 “비싼 재료로 쓰다 보니 단가를 맞추는 것도 어려웠다”고 토로했다.

허씨는 이어 “장사를 처음 해보는데 잔돈을 준비하지 않아 제 값을 다 받지 못한 경우도 많다”며 “다행히 찾아주시는 분들이 많아서 즐겁게 판매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오는 7월 스위스마을 입주를 앞두고 있는 이주민 박상미씨(53·여)는 “마을공동체가 함께 준비하는 거라고 해서 미리 와서 판매에 나서봤다”며 “아이들 티셔츠를 팔고 있는데 수익을 남기기보다는 즐기면서 임해볼 생각”이라고 말했다.

맞은편에서 직접 만든 액세서리를 판매하고 있던 이새봄씨(27·여)는 “이런 마을이 있는 지도 모르고 있었는데 셀러 모집 광고를 보고 알게 됐다”며 “부모님이 퇴직하시면서 제주로 이주해왔는데 제주에도 의외로 소통할 수 있는 장이 많이 있어서 만족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내와 두 아이와 함께 플리마켓을 찾은 조정기씨(51)는 “현수막을 보고 왔는데 앞으로 홍보가 되면 더 많은 사람들이 찾을 것 같다”며 “마을이 아기자기하고 볼거리가 많아서 아이들이 좋아해서 오길 잘한 것 같다. 주변 사람들에게도 추천해줄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날 플리마켓에서는 수제 소품들뿐만 아니라 다양한 먹거리도 판매됐으며, 사물놀이와 어린이 합창단의 공연 등도 진행됐다.

조천스위스마을 협동조합 ‘동행’을 이끌고 있는 박중규 대표(51)는 “스위스마을에 하루 평균 1000여명 정도가 다녀가는데 단순히 마을 구경하는데 그치는 게 아니라 즐길 거리를 마련해보고 싶었다”며 플리마켓을 열게 된 취지를 밝혔다.

박 대표는 이어 “제주에 플리마켓이 많이 열리고 있는데 유명해지고 상업화되면서 알게 모르게 알력이 생기는 것 같더라”며 “다양한 계층이 참여할 수 있는 박람회를 열고 셀러로 참가하는데 제한을 두지 않으려고 노력했다”고 말했다.

박 대표는 또 “일단은 수익을 남긴다는 생각보다 조천을 알리고 낙후된 와산이라는 동네를 알리는데 목적이 있다”며 “셀러들로부터 받은 참가비는 조천읍에 기부해서 불우이웃을 위해 쓰이도록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많은 분들이 오셔서 느끼고 가시는 것에 만족한다. 꼭 물건을 사러 오지 않아도 즐기고만 가셔도 좋을 것 같다”며 “이번에 처음으로 플리마켓을 열게 됐는데 반응이 좋으면 상시적으로 열어볼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플리마켓 가보場(장)은 오는 29일까지 진행되며, 낮 12시부터 7시까지 열린다.
 

한편 조천스위스마을은 복지국가로 잘 알려진 스위스의 협동조합시스템을 본 따 만들어졌으며, 수익 창출이라는 협동조합 본연의 기능을 살리기 위해 각 건물은 1층 상가, 2층 게스트하우스, 3층 주거공간으로 구성돼있다.

협동조합 취지를 극대화하기 위해 일반적인 주택분양 방식에서 벗어나 희망자에 한해 3번이상의 인터뷰를 시행해 조합원을 선정하고 있으며, 총 66세대의 협동조합 구성원 중 현재 35세대가 입주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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