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중등교사 합격자 재번복 사태를 빚은 제주도교육청이 결국 제주도 감사위원회의 감사를 받게 됐다.

강시백 제주도의회 교육위원회 위원장(교육의원·서귀포시 서부)은 18일 제주도교육청을 상대로 한 긴급 현안보고에서 "도 감사위에 도교육청 인사 행정 전반에 대한 감사를 의뢰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 7일 발표된 2020학년도 공립 중등학교 교사 임용후보자 선정경쟁시험 합격자가 도교육청의 부실 검증으로 일주일 사이 두 차례나 번복됐음에도 이석문 교육감의 공식 사과를 비롯한 후속 조치가 신속하게 이뤄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이 자리에서 도교육청은 지난 10일부터 진행하고 있는 자체 감사가 마무리될 것으로 예상되는 다음주쯤 이 교육감의 유감 입장 표명과 함께 개선방안을 내놓겠다고 밝히긴 했지만 곧이어 의원들의 거센 저항이 이어졌다.

강 위원장은 "이번과 같은 일이 발생하면 책임 있는 위치에 있는 사람들이 신속하게 움직여야 무너진 신뢰를 회복하고 대책을 강구할 수 있는 힘이 생기는데 도교육청은 아직까지도 진정 어린 사과부터 시작해 아무 것도 한 게 없다"고 비판했다.

그는 특히 "2017년 11월 고(故) 이민호군이 현장실습을 하다 사고를 당했을 때도 이 교육감은 무려 20일이 지나서야 사과했었다"며 "기가 막힐 노릇이다. 사태 수습을 위해 엄중하게 책임지는 모습은 사과에서 시작하는 것 아니냐"고 따져 물었다.

부공남 교육의원(제주시 동부)도 "결재라인에 있었던 교원인사과장은 서귀포시교육지원청 교육장, 담당 장학관은 교장으로 이미 승진해 다음달 자리를 옮기지 않느냐"며 "석고대죄하는 심정으로 속히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압박했다.

강 위원장은 "제도 개선은 시급한 조치들이 이뤄지고 난 다음에 해도 늦지 않다"며 "시급성을 감안해 이 교육감은 내일이라도 당장 도민 앞에 정중하게 사과하고 본격적인 대책 마련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경희 부교육감은 "이 자리를 빌어 도민들께 사과의 말씀을 드리겠다"며 "조만간 개선 대책 발표와 함께 감사 결과에 따라 잘못이 있는 부분에 대한 엄중한 문책이 있을 것"이라고 원론적으로 답했다.

한편 도교육청은 지난 7일 오전 10시 도교육청 홈페이지에 2020학년도 공립 중등학교 교사 임용후보자 선정경쟁시험 최종 합격자 공고문을 게시했다가 7시간 만인 오후 5시에 이어 지난 13일 오후에도 변경 공고문을 게시했다.

기존 4개였던 체육과목 실기평가 과목 수가 올해 5개(필수 2·선택 3)로 늘어났음에도 기존 합계 산식을 그대로 적용하면서 선택과목 1개 성적을 전체적으로 누락했기 때문이다.

이 뿐 아니라 교육행정정보시스템(NEIS·나이스)에 성적 엑셀파일을 등록하는 과정에서도 체육과목 실기평가 점수란에 이번 시험과 관계 없는 실기시험 점수를 잘못 드래그(Drag·마우스로 끌어오기)하면서 이 과목 응시자들의 실기평가 점수를 모두 0점 처리한 탓이기도 하다.

결국 이로 인해 두 응시자가 이 시험에 합격했다가 돌연 불합격하는 황당한 일까지 벌어졌다.

이 교육감은 지난 13일 사과문을 발표한 데 이어 17일 특강차 찾은 중등 신규 임용교사 직무연수에서 중등 신규교사 160여 명 앞에 고개 숙여 사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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