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남편과 의붓아들을 살해한 혐의로 구속기소 된 고유정이 1심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다.

하지만 충북경찰이 수사한 의붓아들 살해 혐의는 무죄 판단이 나오면서 초동수사 적절성 논란이 다시 가열될 것으로 보인다.

제주지법 형사2부(정봉기 부장판사)는 20일 살인과 사체손괴, 사체은닉 혐의로 구속기소 된 고유정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범행 잔혹성과 상응하는 책임의 정도, 유족의 슬픔 등을 고려해 형을 정했다"고 판시했다. 다만 의붓아들 살해 혐의는 증거가 부족하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전 남편을 계획적으로 살해한 혐의는 인정할 수 있지만, 의붓아들 사건은 관련 증거만으로는 유죄로 판단하기 어렵다는 게 법원 결정이다.

의붓아들 사건은 경찰 수사부터 논란이 있었다. 경찰이 수사 초중반까지 친부 홍모씨(38)의 과실에 다소 무게를 뒀기 때문이다.

고유정의 의붓아들 홍군(당시 4세)은 지난해 3월2일 청주의 한 아파트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홍군의 사망 원인이 10분이 넘는 압착에 의한 질식사로 추정된다는 부검 결과를 경찰에 통보했다.

경찰은 고유정의 살인과 현 남편 홍씨의 과실치사 두 가지 가능성을 두고 7개월 가까이 수사를 벌였다.

수사 중반까지만 해도 경찰은 홍씨의 과실 가능성을 집중적으로 수사했다.

홍씨에게서 졸피뎀 등 약물이 검출되지 않았고, 거짓말탐지기 조사에서 '거짓' 반응이 나왔기 때문이다. 특히 평소 고유정이 홍씨의 잠버릇을 언급한 대목도 한 가지 이유였다.

하지만 어느 순간 경찰 수사는 고유정을 향했다. 수사 막바지에 홍씨의 추가 약물 검사에서 수면유도제 성분이 확인됐기 때문이다.

결국 경찰은 고유정의 범행으로 판단했다. 홍씨에게서 고유정이 처방받은 특이 수면유도제 성분이 검출된 것과 고유정이 아들의 사인으로 나온 '질식사' 등을 범행 전 인터넷으로 검색한 점 등을 정황증거로 봤다.

하지만 직접 증거를 확보하지 못한 '미완의 수사'로 끝이 났다. 주요 정황증거로 꼽힌 홍씨에게서 검출된 수면유도제 성분 역시 투약 시기나 방법 등을 명확히 특정하지 못해 의문을 남겼다.

이 때문에 충북경찰 내부에서도 재판 결과를 예상하는 의견이 분분했다.

사건을 넘겨받은 검찰도 고유정의 의붓아들 살해 혐의를 명확히 입증할 스모킹건은 찾지 못했다.

결과적으로 법원은 무죄로 판단했다.

여러 정황상 고유정이 의붓아들을 살해했다는 의심은 들지만 검찰이 제시한 간접 증거들만으로는 유죄를 증명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충북경찰 관계자는 "복잡하게 얽힌 사건 해결을 위해 다방면으로 수사했던 것으로 알고 있다"며 "자세한 판결 내용을 확인하지 못한 상황에서 어떤 의견을 내기는 어려울 것 같다"고 말했다.

홍씨의 변호인 이정도 변호사는 재판이 끝난 뒤 "재판부가 판결하며 밝혔듯이 경찰이 초동수사를 제대로 했더라면, 유족 조사 외에 더 구체적인 수사를 했다면 결코 이런 결과는 나오지 않았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국가나 경찰에 반드시 책임을 묻고 배상을 요구하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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