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진짜 어떻게…어떻게 해야 할지…"

21일 오전 제주시 용담2동 해군 제615비행대대 인근에서 만난 이 지역 상인 A씨는 연신 마스크를 매만지며 어쩔 줄 몰라 했다.

이날 오전 1시30분쯤 해군 제615비행대대에서 복무 중인 군인(22·남)이 질병관리본부로부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기 때문이다.

한 달 동안 '코로나19 청정지역'을 유지하던 제주에서 처음으로 코로나19 확진 환자가 발생한 데다 이 환자가 바로 코앞에 있었다는 사실에 크게 놀란 모습이었다.

실제 이 환자는 13일 휴가차 고향 대구를 방문한 뒤 18일 저녁 항공편으로 제주에 돌아와 부대 앞 편의점에서 식사를 하고 부대까지 걸어서 복귀했다.

A씨는 "평소 우리 가게에는 군인들도 자주 오는데 최근에는 부쩍 방문이 적었다. 이제 보니 코로나19 때문이었던 것 같다"며 "행정에서 가타부타 말이 없어 일단 오늘 문은 열었는데 이제 진짜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고개를 저었다.

이날 오전 10시10분쯤 부대 앞 편의점에서는 방역소독작업이 이뤄지기도 했다.

이를 지켜보던 이 지역 상인 B씨는 작업 중인 보건소 직원들에게 조심스럽게 다가가 "혹시 저희 가게 앞에도 소독해 주시면 안 되겠느냐"며 "너무 걱정이 돼서 그런다. 조금이라도 해 주셨으면 좋겠다"고 묻기도 했다.

B씨는 "새벽에 저 부대에서 (코로나19) 확진 환자가 나왔다는 뉴스를 보고 문을 닫아야 하나 말아야 하나 엄청 고민하다 종업원들을 생각해 일단 문은 열었다"면서 "상황을 지켜보는 수밖에… 우리도 어떻게 해야 할지 걱정"이라고 푸념했다.
 

부대에서 불과 500m 거리에 있는 제주 용담이호해안도로(제주올레길17코스)는 사람 하나 없이 적막했다.

매일 오전 8시부터 11시까지 3시간 동안 이 일대에서 '어린이 안전 지킴이' 활동을 하고 있는 사단법인 느영나영복지공동체 회원들은 관광객은 물론이고 해안도로에서 자주 산책하던 주민들마저 자취를 감췄다고 입을 모았다.

회원 강창세씨(76·제주시 용담2동)는 "이곳에서 70년 넘게 살면서 이렇게 정신적으로 불안했던 적은 처음이다. 이 주변 주민들도 다 같은 생각일 것"이라며 "제주에서 더이상 확진자가 나오지 않기를 바랄 뿐"이라고 말했다.

회원 부경택씨(75·제주시 용담2동)도 "그래도 제주 첫 (코로나19) 확진자가 군인이라 다행이다. 동선이 짧지 않았느냐. 민간인이었으면 해안도로에 차도 안 다녔을 것"이라며 "주민들은 안절부절못하면서 조용히 지켜보고 있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이 일대 경로당 곳곳에서는 급히 단체활동 계획이 잇따라 취소되기도 했다.

대학동 경로당과 용마마을 경로당은 점심 급식을 취소했고, 어영마을 경로당은 이날 열 예정이었던 총회를 잠정 연기하기로 했다.

용담2동 주민센터는 이날 오전 일찍 자생단체 등 동민들에게 외출과 단체활동을 자제하고 개인 예방수칙을 준수해 줄 것을 당부하는 문자도 발송했다.

오효선 용담2동 동장은 "다행히 아직까지는 코로나19 확진자 발생에 크게 동요하는 분위기는 없는 상황"이라며 "앞으로 상황을 지켜보며 현장 대응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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