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채 하루도 되지 않아 한라산을 넘었다.

지난 21일 고향인 대구를 방문한 제주시(산북) 해군 제615비행대대 소속 군인이 첫 확진 판정을 받은 데 이어 서귀포시(산남) 한 호텔직원 A씨(22)가 22일 1차 간이검사에서 양성 판정을 받았다.

A씨 역시 지난 13일부터 16일까지 고향 방문 차 대구를 다녀왔으며, 16일부터 호텔에 출근하며 서귀포 시내를 활보했다.

제주도가 이날 오전 발표한 A씨의 동선을 따라가보니 그가 방문했던 모든 곳들은 이미 폐쇄 조치된 후였다.

A씨가 방문한 서귀포 선별진료소인 열린병원은 이날부터 방역 작업을 위해 문을 걸어잠궜다.

휴진 안내문이 덕지덕지 붙은 출입구 너머로 밖에 볼 수 없던 병원 내부는 적막 그 자체였다. 병원 안에는 마스크를 쓴 입원 환자들만 진료 차례를 기다리고 있었다.

휴진 사실을 모르고 병원을 찾은 한 남성은 어리둥절한 얼굴로 "오늘 문 닫았냐"고 취재진에 질문하기도 했다.

20일 A씨가 방문한 이마트 서귀포점은 불행 중 다행으로 이날 정기휴일을 맞았다. 이마트는 내부 전체 소독을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A씨 동선이 발표된지 얼마 지나지 않은 터라 대부분의 관광객과 시민들은 확진자 방문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

이마트 근처에서 만난 한 관광객은 "계속 다른 곳만 관광하다 이쪽에 도착한지 얼마 되지 않아서 전혀 몰랐다"며 "그저 정기 휴점이라 닫혀있겠거니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외에도 A씨가 방문한 내과와 주점, 편의점 모두 영업을 잠시 중단한다는 안내문을 붙인 채 문을 닫았다.

A씨 동선이 공개되고 알려지는 과정에서 근거 없는 가짜뉴스가 퍼지며 애꿎은 가게가 피해를 보기도 했다.

이날 오후 지역 커뮤니티 등을 통해 열린병원 인근에 위치한 한 약국에 A씨가 방문해 폐쇄조치 됐다는 유언비어가 확산했다.

도가 사실관계를 파악한 결과 A씨는 해당 약국에 방문한 사실이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 약국 관계자는 가짜뉴스가 퍼지기 시작하자 취재진에 보낸 문자를 통해 "이날 오전 자체소독을 위해 임시로 휴업했고, 오후부터 정상영업 중"이라며 "악성루머로 많은 업체의 피해가 막대할 것으로 예상되는만큼 더 이상 루머가 퍼지지 않도록 도와달라"고 당부했다.

순식간에 두 명의 코로나19 환자 발생으로 지역사회에 퍼지기 시작한 공포는 선별진료소에서 여실히 드러났다.

이날 오후 찾은 제주대학교 선별진료소는 코로나19 증상을 호소하는 환자들의 방문으로 바삐 돌아가고 있었다.

중무장한 의료진들은 두 개의 천막 사이를 날아다니듯 움직였고, 방문 환자들은 시종일관 걱정스러운 표정이었다. 진료소 입구에서 의료진의 안내를 기다리다 이내 발길을 돌리는 사람들도 있었다.

한 시간 반 동안 현장을 확인해보니 10명이 훌쩍 넘는 사람들이 선별진료소를 드나들었다. 선별진료소에서 검사를 받고 나오는 환자들에 여러차례 인터뷰를 시도했지만, 모두 손사레를 치며 빠르게 걸음을 옮겼다.

실제로 지난 21일 첫 확진자 발생 후 선별진료소를 찾는 사람들이 현저히 늘어난 것으로 파악됐다.

지난 19일까지 제주도내 선별진료소를 찾아 검사를 받은 인원은 총 152명이었으나 이날 오후까지 누적검사수는 268건을 돌파했다.

불과 사흘 만에 110여 명의 사람들이 코로나19 감염을 의심하며 병원을 찾은 것이다. 방역망이 일시에 뚫리며 지역사회를 파고 들기 시작한 코로나19에 대한 도민들의 공포심을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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