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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종 칼럼] 샌더스냐, 블룸버그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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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는 중국 우한에서 시작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사태로 난리인데, 미국에선 대통령 예비선거전으로 정신없다. 올해 11월 3일이면 도날드 트럼프가 계속 워싱턴의 백악관 주인 자리를 지키느냐, 아니면 악담을 늘어놓으며 플로리다 골프별장으로 돌아가느냐가 결정된다. 예비선거는 공화당과 민주당 모두 거치는 과정이지만, 여당인 공화당 후보는 트럼프 대통령이 따 놓은 당상이나 마찬가지다. 미국인과 전 세계인의 관심은 누가 민주당 예비선거에서 승리해서 트럼프와 승부를 펼치느냐에 쏠려 있다.

“뉴햄프셔가 가는 데로 미국이 간다.” 미국 대통령 예비 선거전을 말할 때 자주 등장하는 정치 속담이다. 만약 이 속담이 믿을 만하다면 11월 미국 대통령선거에서 민주당 후보로 나설 사람은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이 될 것이다. 샌더스 상원의원은 22일 열린 네바다코커스(당원대회)에서 47.5%의 득표율로 20.8%를 얻은 조 바이든 전 민주당 부통령을 일방적으로 제압하고 선두 주자로 떠올랐다. 지난 11일 열린 뉴햄프셔 예선에서 샌더스는 26%의 득표율을 얻어 24.4%를 얻은 피트 부티지지 인디애나주 사우스벤드 시장을 가까스로 이긴 바 있다.

샌더스가 4년 전 애리조나 코커스에서 힐러리 클린턴 후보에게 깨지면서 예비선거의 승기를 잡지 못했던 악몽을 생각할 때, 그는 이번 네바다의 승리를 큰 계기로 받아들일 것이다. 3월 3일은 캘리포니아 플로리다 텍사스 등 17개주에서 예비선거가 열리는 소위 슈퍼화요일이며, 여기서 이기면 대통령후보 지명의 지름길로 접어들게 된다. 선거자금도 잘 걷힐 것이다.

샌더스 상원의원은 이제 장애물이 없는 길을 질주할 것인가. 쉬 그리 될 것 같지는 않다. 마이크 블룸버그라는 장애물이 앞에 있다. 억만장자 블룸버그 전 뉴욕시장이 슈퍼화요일에 초점을 맞추고 막대한 선거자금을 쓰고 있다. 그는 지난 11월 뒤늦게 대선출마 선언을 한 후 4개 주 예비선거 과정을 모두 건너뛰고 슈퍼화요일로 직행하고 있다.

그가 참여하지 않았던 뉴햄프셔 예비선거 직후 실시된 여론조사에서 그의 지지도가 치솟았다. 지난해 12월 중순 NBC·월스트리트저널 여론조사에서 샌더스가 21%, 블룸버그는 4%였다. 뉴햄프셔 직후인 2월 중순 NPR·PBS 여론조사에서 브룸버그는 19%를 얻어 민주당 TV토론의 자격을 획득했다. 샌더스의 지지도는 31%였다. 블룸버그의 본격적 등판이 공인됐음을 뜻했다. 블룸버그 진영을 흥분시킨 것은 2월 중순 뉴햄프셔 예비선거 후 플로리다주에서 실시된 세인트 피트 여론조사 결과다. 블룸버그의 지지도는 27.3%로 샌더스의 10.3%를 크게 압도했다.

지난 19일의 TV후보 토론은 블룸버그에겐 악재였다. 민주당 후보들은 블룸버그 공격에 집중했다. 뉴욕시장 재직 시 불심검문과 여성비하발언이 도마 위에 올랐다. 특히 버니 샌더스는 “미국선거를 돈으로 사려 한다”고 비난했다. TV토론에서 블룸버그는 부정적인 평가를 받았고, 토론 직후 실시된 여론조사에서 3% 정도 지지율 하락을 보였다. 그럼에도 블룸버그에 대한 관심은 높다. 블룸버그는 공화당원으로 뉴욕시장을 3연임했다. 민주당에서 보면 아웃사이더이다. 그런 블룸버그가 민주당 경선에서 왜 지지도가 높은 것인가. 일단 돈의 힘이 크다. 그는 3개월 동안 4억6000만 달러를 썼다. 한국 돈으로 약 5500억 원이 넘는 액수다. 그는 선거 모금운동을 하지 않고 그의 개인 돈으로 선거운동을 한다.

어디다 이 큰돈을 쓰는 것인가. 제일 많이 쓰이는 곳이 광고다. 비용의 70%가 광고비로 나간다. 그러나 블룸버그는 공중전만 하는 게 아니라 지상전에도 돈을 엄청 투입한다. 그는 미 전역에서 125개 사무실을 차렸고 수천 명의 선거운동원을 채용했다. 블룸버그는 말단 운동원들에게 연봉 7만2000 달러(약 8500만원)를 지급해서 화제를 뿌리고 있다. 다른 후보들 말단 선거운동원의 2배 되는 급여다. 그는 급여뿐 아니라 운동원의 컴퓨터와 아이폰 등 개인장비도 보안시스템이 부착된 비싼 것을 제공하고 있다. 사실 미국인들, 특히 민주당원들에게 이런 사치스러운 선거운동은 오히려 역효과를 낼 수 있는 요소이기도 하다.

그러나 블룸버그의 지지율 상승 요인은 돈만은 아니다. 민주당의 고민은 트럼프를 누를 수 있는 파괴력을 지닌 전통적 의미의 민주당 후보가 없다는 데 있다. 네바다 코커스에서 크게 부상한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은 스스로 사회주의자임을 천명한 무소속이었다가 2016년 예비선거에 참여하면서 민주당에 발을 담갔다. 여성후보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은 급진적 반(反)월스트리트 이미지 때문에 예비선거에서 강세가 꺾여버렸고, 아이오와 코커스에서 1등으로 올라섰던 동성연애자 피트 브티지지 사우스벤드 시장도 한계를 드러냈다.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은 민주당 본류에 부합하는 후보이지만 파괴력이 모자라다.

블룸버그는 이런 사정을 간파하고 뒤늦게 민주당 경선에 뛰어들었다. 그는 민주당의 가치인 경제적 불평등 해소을 정책우선 순위로 올려놓고 트럼프대통령과 각을 세우며 민주당 온건파의 표심을 노리고 있다.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의 지지세를 흡수하고 싶어 하고 이 전략은 어느 정도 먹히고 있다.

블룸버그는 개인자산 530억 달러를 갖고 있다. 트럼프보다 10배 부자다. 그는 이런 메시지를 띄운다. “민주당 후보 모두 불평등을 가장 큰 문제로 보고 부자들이 더 많은 세금을 내야 한다는 데 동의한다. 그렇게 하려면 공화당을 설득해야 한다. 그 일을 할 수 있는 건 오직 나뿐이다.” 이 메시지가 얼마나 먹히는지에 슈퍼화요일의 성패가 달렸다.

블룸버그는 민주당 경선후보들은 물론 트럼프 대통령으로부터 협공을 받고 있다. 트럼프는 샌더스를 “잘 한다”고 치켜세우는 반면, 블룸버그를 깎아내렸다. 사회주의자로 몰아붙여 승기를 잡기에 편해 보이는 샌더스가 민주당 후보가 되기를 바라기 때문일 것이다.

한국 나이로 치면 샌더스는 80세이고 블룸버그는 79세다. 두 노 정객은 민주당 뿌리가 희박한 아웃사이더들이다. 2020 미국대통령 선거전은 구경꾼에겐 흥미진진하지만, 생동감 있는 미국의 모습은 아닌 것 같다. <뉴스1 고문>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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