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석문 제주도교육감이 중등교사 임용 합격자 재번복 사태 19일 만에 제주도민 앞에 허리 숙여 사과했다.

그러나 이미 제주도 감사위원회가 이번 사태에 대한 감사에 착수한 상황에서 상황을 반전시키기에는 역부족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이 교육감은 25일 오전 도교육청 기자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 7일과 13일 각각 2020학년도 도 공립 중등학교 교사(체육) 임용후보자 선정경쟁시험 최종 합격자 변경 공고를 낸 데 대해 "교육 행정의 책임자로서 진심으로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허리를 숙였다.

이 교육감은 지난 13일 네 문단으로 된 A4용지 한 장짜리 사과문을 발표한 데 이어 지난 17일 열린 신규 중등교사 직무연수에서도 교사들 앞에 고개 숙여 사과했으나 공식적인 대도민 사과는 이번이 처음이다.

이 교육감은 "최근 우리 교육청의 거듭된 업무 실수로 인해 공립 중등교사 임용 가정에서 일어나서는 안 되는 일이 발생했다"며 "도민과 당사자, 응시자, 시험을 준비하고 있는 예비 교원들에게 큰 상처와 피해를 드렸다"고 말했다.

그는 "고강도 내부 혁신에 도입하겠다. 이번 사태 관련 부서장에 대해서는 그 책임에 준하는 인사 조치를 단행했다"며 "제주도 감사위원회 감사와 교육청의 특정 감사를 통해 지난 10년의 교육 공무원 임용 시스템을 총체적으로 점검하겠다"고 밝혔다.

현재 도 감사위원회는 지난 18일 도교육청의 감사 의뢰로 이번 사태에 대한 감사에 착수한 상태다. 이날 도의회 교육위는 도교육청에 도 감사위에 감사를 의뢰할 것을 촉구했었다.

이 교육감은 "재발 방지 대책 수립을 위해 조직 개편 등의 다양한 대안을 열어놓고 논의해 나가겠다"며 "이번 일을 소중한 반면교사의 기회로 삼겠다. 도민의 기대에 부응해 시대의 눈높이에 맞는 인사 시스템으로 혁신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이어진 질의응답에서 이 교육감은 대도민 사과가 늦어진 데 대해 "충분히 그런 지적을 받을 만하다"며 "1차 검사 후 상황을 전면적으로 재조사하고 (사과 입장을) 발표했어야 했는데 서두르다 보니 놓쳤다"고 해명했다.

3월1일자로 모두 승진할 예정이었던 관련자들에 대한 인사 조치 수위에 대해서는 "과장에게는 강등에 해당되는 조치가 취해졌고, 팀장에게는 추후 조치에 따라 인사조치가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관련 지방공무원은 현재 전보 조치된 상태다.

감사 범위에 대해서는 "일단 중등 임용시험과 전문직 관련"이라며 "임용시험 관련 전체적인 과정, 과정을 살펴보는 것으로 이해해 달라"고 밝혔다.

앞서 도교육청은 지난 7일 오전 10시 도교육청 홈페이지에 중등교사 임용 최종 합격자 공고문을 게시했다가 7시간 만인 이날 오후 5시에 변경 공고문을 게시했다.

당일 오후 1시쯤 한 체육과목 응시자의 문제 제기로 성적 처리과정을 재검증해 보니 체육과목 합격자 1명이 A씨에서 B씨로 뒤바뀌게 된 탓이다.

고용범 도교육청 교원인사과장은 10일 브리핑에서 교육행정정보시스템(NEIS·나이스)에 엑셀파일을 등록하는 과정에서 체육과목 실기평가 점수란에 이번 시험과 관계 없는 실기시험 점수를 잘못 드래그(Drag·마우스로 끌어오기)하는 바람에 이 과목 응시자들의 실기평가 점수가 모두 0점 처리돼 혼선이 빚어졌다고 해명했다.

당시 고 과장은 발견된 오류를 즉시 수정해 바로잡았고 다른 과목도 모두 재검토해 이상이 없음을 확인했다고 밝혔으나 이는 사흘 만에 거짓으로 드러났다.

변숙희 도교육청 감사관은 13일 브리핑에서 10일부터 12일까지 사흘간 이번 시험 1차 시험 합격자 228명에 대한 성적 처리과정을 자체 감사한 결과 체육과목 응시자 성적 엑셀파일 자체가 잘못 작성됐다는 사실을 추가로 발견했다고 발표했다.

기존 4개였던 실기평가 과목 수가 올해 5개(필수 2·선택 3)로 늘어났음에도 기존 합계 산식을 그대로 적용하면서 1개 선택과목 성적이 전체적으로 누락됐다는 것이다.

문제는 이로 인해 체육과목 합격자 1명이 B씨에서 C씨로 한 번 더 뒤바뀌게 됐다는 점이다. 이에 도교육청은 13일 오후 2시에 또다시 재변경 공고를 내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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